[교육이야기] 세일즈맨의 죽음과 아메리칸 드림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희곡을 아는가? 이 작품은 퓰리처상도 받았고 브로드웨이에 무려 742번 연속 공연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연극 중 하나다. 아마 모든 가장(家長)이 느끼는 중압감, 즉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아내를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자식에게 모범이 되고, 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작가가 잘 묘사했기에 그런 것 같다.
주인공 윌리 로우먼은 만년 방판 세일즈맨이다. 그의 아내의 이름은 '린다'이며, 슬하에 성인이 된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있다. 윌리는 은퇴할 때가 되었고, 기력이 쇠해져 장거리 운전이 어렵다. 그런데 그가 평생 일해 온 회사에선 윌리에게 사무직이나 회사 쇼룸에서의 판매같이 수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
사실 윌리는 몇 개월 전부터 월급없이 커미션만 받는 세일즈맨으로 밀려났고 수백 마일 떨어진 지역 판매를 배정받았다. 윌리는 회사 창업자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고, 회사를 물려받은 창업자의 아들 하워드의 이름까지 지어준 사람이다. 하지만 하워드는 윌리를 쓸모없는 소모품같이 취급한다. 하워드는 윌리가 자진해 사표를 내길 권하지만 윌리는 돈이 필요해 수모를 당해도 참는다. 하지만 끝내 사장 하워드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윌리를 해고한다.
직장을 잃은 윌리는 두 아들, 특히 장남인 비프가 뭔가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비프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씩 집을 떠나 이곳 저곳 떠돌다 돌아온다. 그런 비프가 못마땅해 윌리는 비프와 자주 다툰다. 그런데 비프는 아버지 윌리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엄마 린다를 통해 듣는다. 지하실 개스선에 고무 파이프를 연결시켜 아버지 윌리가 개스를 마시려 했다는 것이다. 놀란 두 아들은 윌리를 위로하려 하지만 부자관계는 좋아지지 않는다.
직업도 잃고, 자식들로부터 거절받은 윌리는 자주 과거를 회고한다. 그리고 "내가 자식을 잘 키웠는가?" "왜 난 성공하지 못했을까?" "최선을 다 한 결과가 이것 밖에 안되는가"등의 질문을 던진다. 과거를 회상할 때 윌리의 형 '벤'이 가끔 나타나 윌리를 나무라고, 자식들을 제대로 키우라고 조언하며, 젊었을 때 왜 자기를 따라 알라스카 금광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형 벤과의 대화는 윌리가 자신의 양심과 대화하는 듯 하다.
윌리는 또 옆집 친구와 자신을 비교했고, 공부벌레였던 그 친구의 아들을 비하했다. 운동을 잘 하던 자기 아들들에 비해 못났다고, 사내 자식이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고 비웃었다. 하지만 결국 큰 아들 비프는 직장도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되었고, 둘째 아들 해피는 동네 운동기구점 세일즈맨의 보조원이었다. 옆집 아들은 변호사가 되었다.
아무튼 복잡한 생각과 현실의 압박 때문에 윌리는 수시로 아내와 두 아들에게 폭언을 퍼붓는다. 그래서 그가 정신병자 같아 보이는데 그만큼 궁지에 몰려 있었기에 그렇다. 결국 윌리는 망각 속에 차를 몰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하지만 사고라기보다 자살에 가까웠다.
작가 밀러는 '아메리칸 드림'이 허상에 가까운, 얄팍한 물질주의적 욕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이후 많은 사람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 즉 돈, 명예, 권력, 그리고 여자를 얻으려 올인 했다. 작가 밀러는 헛된 꿈에서 깨라고 청중에게 호소한다.
만약 밀러의 지적이 옳다면, 청중은 주인공 윌리같이 살지 않기로 결심해야 할 것이다.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이 되고, 자식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며, 죽을 때 두고 갈 돈과 명예와 권력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추구하기로 말이다.
우리는 윌리같이 살다 죽으면 안된다. 자신의 능력과 꾀로 성공을 추구했던 윌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그래서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아내를 실망시켰고, 항상 남과 환경만 탓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
많은 생각을 해 보게하는 작품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어보면 더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