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묘비에 새길 글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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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묘비에 새길 글이 있는가?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가끔 학생들에게 자신의 묘비 문구를 써 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A loving husband and father)” 같은 문구를 샘플로 보여준다. 익살맞은 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부자(The richest man in the world)”가 자신의 비석에 새겨졌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하면 학습 분위기는 금방 엄숙해 진다.   


학생들은 한참동안 생각하다 종이를 꺼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몇 몇 학생은 글을 쓰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어떤 학생은 생각에 잠겨 시작도 못한다. 정말 인생을 통틀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고민해 보면 “최고의 농구선수” “가장 똑똑했던 사람” “제일 잘 생긴 남자, 제일 예쁜 여자” 같은 표현은 별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인생을 통틀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시간을 내어 이 질문에 답하고, 생각날 때마다 그 답을 마음에 되새겨 보자. 그런 깊은 생각과 재점검 없이 그냥 열심히, 막연히 뛰면 안된다. 목적지도 정해놓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으니 다 잘 되겠지”란 생각은 미련에 가깝다.


운전할 때 보통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먼저 입력한다. 그리고, 계속 스크린을 보고, 가이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목적지로 향한다. 그러다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찾아 계속 목적지로 향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목적지와 목표를 정해 놓고 살아야 하며, 수시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방향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만약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다면 아마 현위치도 파악하지 못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올바른 목표나 목적을 향해 잘 전진하고 있는지, 한눈을 팔다 길을 잃지는 않았는지, 속도는 잘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신의 묘비를 상상해 보는 것이 이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첫째, 무엇보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온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말씀을 배워 깨닫고 실천해 믿음의 삶을 살고, 마지막 숨을 내쉬고 눈을 감을 때 “어서 오너라, 착하고 충성된 종아!”란 예수님의 칭찬을 듣고 싶다. 



둘째, 좋은 남편으로 기억되고 싶다. 내년이면 벌써 결혼 30주년이다. 아직도 아내와 티격태격 하지만, 매일 학교에서 함께 사역하며 함께 자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믿음 다음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가정이다. 그래서, 아내가 인정하는 남편으로 기억되고 싶다.



셋째,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 사실, 다 큰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후회스러운게 많다.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지원해 주었을 걸”하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막혀온다. 하지만, 완벽한 아빠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 했고, 가정을 지켰고, 아이들을 성경지침대로 가르치고 이끌려고 몸부림쳐 왔다. 이 점을 아이들이 이해해 주고, 나를 “좋은 아버지”로 기억해 주길 소원한다. 그리고, 오늘도 그런 아빠가 되려고 노력한다.



넷째, 좋은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다. 그래서 친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 죽어도 가족과 자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세 명의 친구가 있다. 적어도 그 친구들이 나를 기억할 때 “좋은 친구, 속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었던 친구, 만나면 가슴이 시원해 졌던 친구”라고 말한다면 분명 제대로 산 것이다.



끝으로 좋은 스승으로 기억되고 싶다. 1999년 미주 한인이민 역사상 처음으로 크리스천 사립학교를 아내와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24년 간 줄 곧 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교장이 되고 싶어 학교를 설립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교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스승이 되고 싶어서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가끔 결근한 교사 대신 아이들을 가르칠 때 흥분되고 기뻐서 하늘을 날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 사역에 임하고 있다. NCA 학교를 거쳐간 학생들이 나를 스승으로 여겨준다면 내 임무를 다 한 것이라 믿는다.   

 

우린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을 위해 물, 불을 가리지 않고 질주하고 있나? 목표와 목적지를 제대로 정해 놓고 뛰고 있는가? 인생을 마칠 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묘비에 어떤 글이  새겨 있길 원하는가? 가끔 시간을 내어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묘비에 걸맞는 삶을 매일 살기로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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