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발코니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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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발코니 예찬

웹마스터

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현장 인근의 숙소를 구하려고 어느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의 안내로 빈 집 한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실내에 들어섰습니다. 외부공간은 에어컨 실외기 한 대 위치할 자리가 전부였죠. 전면유리로 된 커튼월 방식이라 외벽이 조그만 창 한두 곳만 열도록 된 구조였습니다. 거실면적을 넓게 쓰겠다고 발코니 외벽까지 바닥을 확장해 놓은 것이지요. 외부로 접한 발코니가 없었습니다. 환기도 잘 안되고

갑갑했죠.


발코니와 관련한 최근 보도에 의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종전에는 외부돌출 개방형 발코니 설치를 3~20층까지만 허용했습니다만, 이제는 20층 이상 아파트 건물에도 옥외 발코니 설치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발코니는 건물의 외벽에 부가적으로 매달려 있는 구조물 입니다. 외부와 내부 사이에서 완충역할도 하면서 실내외 환기, 채광과 간단한 옥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화재 등 비상시에는 대피장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진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공간의 중요성이 늘어나면서 발코니의 기능을 강화하고 아파트 외관의 다양화를 고려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간 가용면적 확대를 위해 발코니 대신 거실면적을 늘리는 ‘발코니 확장형’이 아파트 평면배치의 트랜드로 자리잡기도 했죠. 일찍이 동경,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 여타 도시에서는 초고층 아파트에도 돌출 개방형 발코니 설치가 이미 일반화 된 지 오래됐습니다. 유럽 네델란드에서는 공동주택의 경우, 일정

바닥면적의 발코니 설치가 의무화 돼 있기도 합니다. 이제라도 다양한 도시경관 측면에서나 외부 발코니를 선호하는 입주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 할수 있을 것입니다. 


사라진 발코니를 안타까워 했던 어느 건축학자의 글 입니다. “소통이 없는 도시를 만드는 주범인 ‘발코니 확장법’을 말해보자. 홍콩이나 베니스에 가보면 필자를 미소짓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 것은 바로 건물의 입면에 널려있는 빨래다. 빨래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현대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중 57쪽 유현준 저).


요즘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저감 운동이 한창입니다. 건설업계는 타 산업분야보다 오래 전부터 발 빠르게 기후변화에 대비한 탄소저감 운동을 실천해왔죠. 예증으로 LEED(Leasership in Energy &Environment Design, 친환경 인증제도), Passive Energy System(에너지 절약형) 등 국제표준에 근거한 건축관련 스탠다드를 계발, 상당수 건물에 적용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건설사들의 AI를 통한 공사현장의 품질을 높이는 각종 서비스 도입도 시작됐습니다. 


위에 언급한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 건축의 구체적인 사례 중 일부를 옮겨 봅니다. "에너지 절약형 건물은 기후가 바탕이 되는 환경성능과 이와 관련한 각종 설계변수를 통합시킨 결과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정밀한 설계가 우선 어우러져야 합니다. 건축의 에너지 자립화를 위한 설계 접근방법에는 단계별, 순차적인 진행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방향을 조정하거나, 중정(건물에 둘러싸인 정원), 발코니 같은 공간을 통하여 동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건물의 자체성능으로 빛이나 공기의 흐름 등을 활용합니다. 자연채광과 자연환기를 최대한으로 하고 자연비축된 열(熱)을 이용하여 냉난방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창을 계획하면서 차양을 설치하거나 외벽과 옥상에 조경을 활용하는 소극적 방법부터, 3중 유리를 활용한 고성능 창호를 설치하는 방식도 이에 포함 됩니다”('현대건축의 단면과 장면' 중 208쪽, 박진호·박정란 공저).


펜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것이 있습니다. 실내환기입니다. 실내환기는 물론, 다채로운 용도의 틈새공간인 고층아파트 발코니의 효용성이 새삼 강조되는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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