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예술은 길고 방송은 짧다-이상벽은 적당하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문화라이프
로컬뉴스

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28-2> 예술은 길고 방송은 짧다-이상벽은 적당하다

웹마스터

이상벽 화가가 공주에 설립한 복합문화공간 힐스포레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엄영수.  /엄영수 제공


#. 미담 전담기자에서 휴머니즘 방송인으로

60~70년대 명랑, 아리랑, 사건과 실화 등 월간지, 주간지 문화시대가 있었다. 일간지 연예부 기자의 파워는 막강했다. 인기절정의 스타를 한 줄 기사로 주저 앉히고 급기야 퇴출시키는 일도 있었다. 기자와 연기자. 서로 필요하다. 기사를 써야만 하고 그 기사를 만들어주는 관계다. 수사기관과 전과자의 관계는 결코아니다. 선배들은 가르친다. 기자와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지내라고, 기자는 추적한다. 기어이 폭로한다. 연기자는 멀리 떠나고 싶다. 베일에 쌓여 존재하고 싶다.


관계가 이럴진대 기자로 방송 연기자로 두 분야를 넘나든 것은 기적일까 모순일까?

이상벽: 나는 어찌됐든 일단 연기자를 살려 놓고 본다. 그래야 계속 뉴스 자원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사건 당사자에게 설득한다. 안 쓰는 게 봐주는 게 아니다. 내가 먼저 가볍게 터치하므로 다른 기자는 크게 다룰 수 없다. 안 다룰 수도  있다. 억울함을 들어주고 회생의 여운을 남긴다. 나훈아 김지미 기자회견때는 예상질문 리허설로 대처하여 국민정서에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해서 무난히 잘 넘겼다. 연예계 평생 절친이 많아졌다. 미담기사를 주로 썼다. 

 훗날 그들은 방송을 오래버틸 수 있는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방송 스타일도 특별했겠지만 신설 프로그램마다 기자단의 지원사격이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신문과 방송 두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 돌고 돌아 기와장 화가로 회귀

이상벽 방송인은 흙냄새 풀냄새 나는 시골이 좋아서 지기천기라 하거늘 홍성에 한옥을 짓고 영구 귀향하였다. 기와 화가로 변신하여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효성이 지극하여 아버님께서 76세까지 사셨고 어머님은 내일모레 100세가 되시는데 한국 최고의 시설에 가장 비싼 호텔보다 더 고급스럽고 멋진 요양원에 모셨다. 거의 매일 문안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아침을 여는데 어제는 맥주를 마시다가 혹시나 해서 “어머님도 한 잔 하시겠어요” 했드니 어머님께서 “그래, 나도 한 잔 주겠니? 이리다오” 맥주를 마시면서 “어머님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셔야 해요” “얘야, 오래 사는 건 내가 너보다 선배야? 내가 할 말이 많지 네가 더 많겠니” 서로 술잔을 나누며 두어 시간 넘게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46fd1a28eef28f1970fce9d0eff6e3a1_1697558233_0033.jpg
 


공주에 있는 힐스프레(6만5000평 문화예술 힐링촌) 건물 한 켠에 이상벽 화가의 예술혼을 불태운 기와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이상벽: 기와가 300~400년 이상된 것인데 원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다. 즉 기가 있다. 기와 자체만으로도 보존가치가 충분하고 손색 없는 문화재라고 본다. 옛날에 있었지만 남들이 안하는 것을 발굴해서 되살려보고 싶었다. 


본래 미술학도로서 공부했고 그 꿈을 갖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으나 더 하고 싶은 것이 생겼고 남들의 요청에 의해서 할 것을 하다 보니 홍대미술학생-음악감상실 세시봉MC-명랑백일장 CBS방송 MC-경향신문사 연예부 기자-주부가요열창과 아침마당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MC-사진작가-아카데미 특강 강사-미술 기와 화가. 한바퀴 돌았지만 결국 시작과 끝이 맞아 떨어지는 삶을 살게 됐다.

 늘그막에 다만 생계를 위한 일을 계속하며 특별한 일 없이 보내기는 억울하다. 미술을 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회귀한 것은 운명적으로 다행한 일이다.


#. 스튜디오를 탈출하라. 우주 밖으로 나가자

방송프로그램의 흥망성쇠가 사람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사람이 방송의 노예가 된다. 방송에 나가면 살고 짤리면 죽는다고 믿는다.


쉼의 미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여 계속 방송을 붙잡다 보니 건강을 잃게 된다. 쓰러져도 무대에서 연기하다 쓰러지겠다는 사람이 많다. 무대는 연기하는 곳이지 쓰러지러 올라가는 데가 아니다. 무대는 중노동의 현장이다. 힘들면 쉬었다 가면 된다. 별 거 아니다.

이상벽: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할려는 습관이 방송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래봐야 프로그램은 2개 정도 했는데 요즘 방송인은 5~6개씩 겹치기 출연을 하니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임국희(MBC 여성싸롱 진행자 DJ MC 아나운서) 최불암(수사반장 전원일기 한국인의 밥상 주인공), 우리시대 최고의 방송인. 개편 때마다 스카우트를 하려고 제작진이 난리를 치는 대스타들이다. 과연 최상의 행복을 누리는 연기자일까. 고정 프로가 없다는 것은 빈 공간 쉼터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이 세상천지 어디라도 아니 저 우주 밖에 다른 세상을 제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생각의 깊이를 더 하고 발상의 전환속도를 배가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팬들에게 퍼날라야 하지 않겠나?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은 짤리기 전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1분을 대중앞에 서려면 100분을 대중 속에 들어가 봐야 한다. 내려 놓으면 사는 길이 1만 가지나 보이는데 죽을까봐 두려워서 붙잡고 있다.

 방송에서 학습이 끝나면, 그대! 스튜디오를 벗어나라! 감옥을 탈출하여 자연으로 우주 밖으로 나가라! 오직 그대를 위한 길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