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박종환 감독님! 천국에선 명랑축구로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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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29-2> 박종환 감독님! 천국에선 명랑축구로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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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엄영수씨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엄영수 제공


#. 경쟁을 넘어서 즐겨라. 술은 4잔 5기로 마셔라!

'45기' 홍수환 챔피언 회고: 고 박종환 감독은 골프를 프로선수보다 더 잘친다. 엄청난 장타인데 고시공부 하듯이 한 타 한 타 온 신경을 집중해서 목숨을 걸고 친다공이 돌에 박혔건 진흙에 빠졌건 절대 건들이지 못하게 한다. 골프치다 전화를 하면 축구선수가 공 차다가 전화받는 거 봤냐며 호통을 치고 전화기를 압수할 정도다. 술은 항상 폭탄주를 직접 제조해서 나눠주는데, 소주는 진로, 맥주가 카스라면 잔은 카스맥주잔 이라야 한다. 누구도 손댈수 없다.


따르는 기술이 놀랄만치 정확하다. 사람 수만큼의 잔을 놓고 소주를 균등하게 분배해서 자로 잰 듯이 똑같이 따르는데 몇 잔이 됐든 소주 한 병을 한 회차에 다 쏟아붓는다. 그 위에 맥주를 덮어 건배 주창까지 주도하며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후 빈 잔을 머리에 털어야 한다. 매회 마시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감독한다. 폭탄주를 최고 67잔까지 마신 기록이 있다고 한다. 나도 어지간히 쎄지만 가진 게 술과 시간이니 끝까지 붙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술이란 게 양껏 자유롭게 마셔야지, 전쟁을 하나?


시간이 흐르면 취해서 쓰러지는 사람, 두통이나 구토로 약을 먹는 사람, 졸다 깨다 잠을 자는 사람, 체면이고 의리고 간에 우선 살아 남아야 하니 몰래 도망치는 사람, 화장실로 피했다가 방을 못 찾고 돌아가는 사람, 화장실에서 잠든 사람 등 각양각색 진풍경이다.


박종환 감독은 꽂꽂한 자세로 언제 마셨냐는 듯 당구 한 게임 치러가자고 한다. 술이 끝나면 반드시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해장국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대단한 체력, 대단한 정신력이다. 주변을 초토화 시킨다.


한 번도 취해서 잠들거나 쓰러진 것을 보지 못했다. 주사도 없고 취하지도 않는다. 여러 차례 어울렸는데 특별한 점이 있다먹고 마시고 노는 것조차도 꼭 대결로 한다. 승부를 내려고 한다. 편하게 즐기면 얼마든지 좋을 일을 박종환 감독은 스스로 고독하게 싸우는 것이다. 승부사로서 살아온 근성 때문에 꼭 이겨야만 살아남는 프로 세계의 정신 때문에, 어떤 여유나 쉼의 철학을 갖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쉽다. 술은 45기로 마셔라, 넉잔에 넉아웃되고 다섯 잔에는 일어나는 것이다. 술은 술이고 술도 술이다. 남기고 가면 고마워 한다.

 

#. 독사 박종환 감독의 스트레스, 노래 유머 명품으로 풀었다

복서 윤석옥 관장 회고: 종환이 형은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한다. 남 하는 것을 즐겨 듣는다. 거의 모든 노래를 다 따라 부르는 게 신기하다승부세계에서 살다보니 평소 말이 없고 늘 긴장해 있다. 웃길 것 같지 않는데 농담을 즐겨했다. 직업상 쌓이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모임에서 항상 좌중을 휘어잡는다. 웃기면 좋고 못 웃겨도 좋다. 웃을 때까지 계속 공세를 취한다. 공격축구처럼 웃어 달라고 퍼붓는다. 웬만하면 인심이 좋으니 웃어준다. 연사가 박종환 국민영웅이니 듣는 사람들이 좀 봐주는 거다.

음식은 일식을 특히 좋아했고 맛있고 비싼 고급요리를 즐겼다. 몸치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구두는 빛나야 하고 양복, 혁대, 시계는 명품이라야 한다운동장 흙바닥에서 뒹글며 살아갈망정 멋을 낼 줄 아는 일류 멋쟁이었다.

 

#. 전두환과 박종환의 환판 승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FIFA(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세계를 제패한 박종환 감독이 무척 고마웠을 것이다. 정치는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스포츠나 예능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우회정책을 썼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프로씨름을 만들고 바둑축제 등 대대적인 문화예술행사를 늘려 가려는 때에 박종환 감독의 4강 신화로 축구붐이 일어났고, 조기축구 동네축구가 만발하니 스포츠맨이었던 대통령은 얼마나 기뻤겠는가? 박종환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통 크게 집 한 채 선물하려 했다. 당연히 자존심 강하고 남의 신세를 안지려는 박종환 감독 "저는 팬티 한 장 있으면 온천지 다니면서 벌어먹고 살 수 있습니다. 더 어려운 분께 양보하겠습니다." 정중히 사양했다. 밀고 댕기고 다투기를 몇 번 거듭했다. 빅매치! 박종환 감독의 양심선언과 전두환 대통령의 배려가 아름답게 맞붙었다! 경호원들이 애절하게 호소했다. 이번에 각하께서 하사하시면 무조건 받으셔야 합니다. 저희들 입장을 이해해 주십시오. 결국은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청렴결백한 박종환 감독 같은 부하가 한두 명만 있어도 내가 맘 놓고 정치를 할텐데, 박 감독 아주 좋아! 아주 맘에 들어! 왜 박종환만 갖고 그래믿거나 말거나 듣거나 말거나….

 

#. 떼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을 주고 간 고독한 승부사

웃음을 사랑했던 박종환 감독. 사람이기에 웃고나면 편안하고 마음이 열리고 즐거운 것을 안다. 이주일 선배와 친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내게도 코미디언이었기에 무척 관심이 많으셨다. 나는 양주 아닌 소주나 맥주같은 술을 마시면 두드러기가 나는 알러지가 있다. 그것을 인정해서 특별히 나만은 폭탄주를 빼주고 양주만 마시게 했다.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 양주는 40° 이상이고 소주는 20° 밖에 안된다. 몸에 주는 충격은 양주가 4~5배나 독하다. 선후배 지인들을 만나면 모든 비용을 제일 먼저 시원하게 쏴대는 것이 박종환 감독의 특기다.


그러다보니 돈도 잘 빌려주고 술이나 음식도 잘 베풀고, 비용 드는 것은 언제나 만사 오케이였다. 그러나, 돈 빌려간 지인들은 세월이 흐르니 하나같이 자취를 감추고 연락을 끊는다. 갖고 있던 돈을 빌려줘서 모두 잃어버렸다. 술 마시던 지인들은 산에 가 있거나 요양병원에 가 있고 다행히 집에 있다해도 거동이 시원치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따르던 사람들이 급감했다주변사정이 이러니 말년이 더욱 쓸쓸하고 외로웠던 것이다. 철저히 너무나 철저히 고독한 승부사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운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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