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도 '존엄사' 시행…모르는 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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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도 '존엄사' 시행…모르는 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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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장례예배, 고인 선택으로 관심 커져

"윤리적 문제 있으나 고려해 볼 수 있는 일" 



이달 초 LA한인타운의 한 교회에서는 특별한 장례예배가 있었다. 많은 조문객이 몰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사자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하지 않은 장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장례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인이 ‘존엄사(Death-with-Dignity·안락사)’를 택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금은 낯선 길, 그리고 그로 인해 한인사회에도 안락사(조력사망)에 대한 관심이 일게 됐다.     


70대 후반인 고인은 말기 유방암 환자로 암세포가 뇌(척수)로 전이됐다. 척추근까지 내려가 신경을 누르면서 한 쪽 다리를 거의 못 쓰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10년 만에 암이 재발하면서  머리가 붓고 한쪽 눈도 실명에 가까웠다.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며 키모(chemo)를 잘 받아 잠시 좋아지는 듯도 했다. 그러나, 사망 3주 전에는 암세포가 뼈로까지 전이된 터라 이내 의사들도 ‘더 이상은 어떤 치료도 어렵다’며 호스피스(hospice) 입원을 권유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인은 집으로 갈 것을 원했다. “삶의 마지막을 안정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지내고 싶다.” 퇴원을 하며 ‘고통을 잘 참아 내겠다’고 다짐했지만 시시각각으로 찾아드는 고통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인은 가족들 앞에서 ‘존엄사’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갑작스런 이야기에 가족들의 반응은 엇갈렸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시간이 지날 수록 환자의 고통에 대한 기억만 키우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의견도 조금씩 모아졌다. 그러나,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단어’에 가족들은 ‘스위스’부터 떠올렸다. 


“스위스에서는 조력사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들을 찾아 봤어요. 하지만, 너무 먼 곳인데다 사진으로 본 현지 병원이라는 곳도 너무 열악했습니다. 아내를, 엄마를, 할머니를, 가족 중 누구도 그런 곳에 두기를 원치 않았어요 그때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조력사망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게 됐습니다.”  고인 배우자의 말이다. 


사실, 독자들 중에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안락사가 ‘합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6년 6월부터 ‘조력사망(Aid-in-Dying)’을 합법화한 ‘California’s End of Life Option Act(EOLA)’를 시행 중이다. 


캘리포니주는 전국에서 5번째로 법을 통과시켰고 현재 10개 주 정도가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큰 틀에서 안락사를 선택하려면 환자가 18세 이상, 6개월 이내 시한부 말기환자, 조력사망을 결정할 만한 정신상태, 약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신체능력 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비슷하나, 이도  주마다 조금씩 달라 확인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먼저, 환자가 말로 안락사를 요청(oral request)하고 승인받아야 할 2명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환자는 첫 번째 의사에게 이를 요청해 수락받고, 다시 48시간 후에 두 번째 의사를 통해 메디컬 레코드 등을 검토받고 승인받아야 한다.(2022년 법 개정 전에는 첫 번째 의사를 만난 후 두 번째 의사를 보기 전까지 15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의사의 승인을 받으면 약을 주문하게 된다. 이때 환자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서류 등에 사인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며칠이 더 걸려 약을 받는다. 약은 4가지로 마취. 진통, 안정, 수면제 성분이 들어 있으며 700달러 정도로 보험(메디캘, 메디케어)으로 커버된다. 환자가 충분히 죽음을 맞을 준비된 마지막 날, 투약을 할 때는 의사나 간호사, 호스피스 간호사 등 전문가와 가족 증인 2명 이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 스스로 약을 삼키거나 그럴 사정이 안 되면 물에 녹여 관을 통해 주사하게 된다.  주사 후 3~10분 내로 잠이 들며 코마상태에 빠져들어 대부분 30~60분 내로 사망한다. 


관련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캘리포니아주 건강국 웹사이트(https://www.cdph.ca.gov/Programs/CHSI/Pages/End-of-Life-Option-Act-.aspx)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렌지카운티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최경철 목사는 “고통 심한 환자가 안락사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생명 존엄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가 있어 먼저 설명해 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너무 아프고 가족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직접 요구를 할 경우에 구체적으로 소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아무리 결심이 굳은 환자도 막상 약을 받게 되면 시행하기는 어렵다. 실제 호스피스에서 5명의 케이스 중 1명만 실행했을 정도”라며 “약을 처방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가 2022년 7월 관련 법을 개정하며 펴낸 EOLA 2021년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부터 772명이 약을 신청했고 이를 통해 실제 사망한 사람은 486명으로 집계됐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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