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선 

강병선침뜸전문병원 원장 

구시화문(口是禍門) 구시복문(口是福門)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입은 잘못 쓰면 화를, 잘 쓰면 복을 불러 들이는 문이란 뜻입니다. 구시화문은 즉 “입은 재앙을 불러 들이는 문이다”라는 뜻으로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당나라가 망한 뒤의 후당(後唐) 때에 입신하여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五朝八姓十一君(오조팔성십일군)을 섬겼는데,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겼다는 말이니 그야말로 처세에 능한 달인이었습니다. 풍도는 자기의 처세관(處世觀)을 아래와 같이 후세에 남겼습니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口)이란 무엇입니까? 입은 음식물이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입을 통해서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사람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먹는 음식물이란 땅의 지기(地氣)를 받고 자란 것 들입니다. 이렇게 보면 입은 지기(地氣)가 들어가는 곳 입니다.

그러면 천기(天氣)가 들어가는 곳은 어디입니까? 바로 코(鼻)입니다. 사람은 코를 통해서 산소를 흡입 합니다. 산소는 곧 천기인데 천기를 흡입하는 코와 지기를 섭취하는 입의 사이에 있는 부위가 바로 인중(人中)이라는 혈자리가 위치합니다. 인중은 사람의 가운데란 뜻인데 이 부위가 인중이라는 이름이 된 이유는 천기와 지기의 중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중 위쪽으로는 구멍이 2개씩입니다. 콧구멍도 2개, 눈도 2개, 귓구멍도 2개입니다. 그런데 인중 밑으로는 구멍이 한 개씩 입니다. 입도 1 개, 배꼽도 1 개, 항문도 1개, 요도(尿道)도 1개, 산도(産道)도 1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개는 즉 많이 쓰라는 것입니다. 냄새도 잘 맡아보고 열심히 잘 살펴보고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1개는 아껴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을 잘못하면 재앙이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구시화문(口是禍門) 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입은 화(禍)가 들어오는 문(門)이니 항상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앞에는 말무덤이란 게 있습니다. 말(馬)이 아닌 말(言)을 묻은 무덤입니다. 이른바 언총(言塚)입니다.

전설은 이렇습니다. 옛날부터 이 마을에는 여러 성씨가 살았는데 여러 성씨 문중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지자 마을 어른들은 원인과 처방을 찾기에 골몰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풍수가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를 보고는 한 마디를 던지면서 처방을 내렸다고 합니다.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위턱의 형세라, 개가 짖어대는 형상, 즉 마을이 항상 시끄러운 지세이니 즉 이 마을 대죽리를 둘러싼 산의 형세가 마치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개 주둥이 모양이나 개 주둥이의 송곳니가 위치한 논 한가운데에는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앞니가 있는 밭가운데에는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바위 두 개를 세우라” 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마다 새해 정월에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사발 하나씩을 가져와 나쁜 말이나 싸움의 발단이 될 말을 뱉어 사발에 담아 마을 입구 ‘주둥개산’에 구덩이를 파고 묻으라”고 추가 처방도 내렸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해부터 풍수가의 처방대로 따르니 마을에서 모든 말싸움, 뒷담화가 사라지고 마을이 평온해 져서 지금까지 이웃 간에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2023년 계묘년 새해 “구시화문(口是禍門)과 언총(言塚)”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문의 (213) 385-7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