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송 칼럼
현실에 만족하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물러설 줄 아는 지혜도 필요
적절한 꿈과 계획 세우면 도움
수십 년 전, 시카고 트리뷴 신문에 다음과 같이 시(詩)가 실렸다. 놀라운 점은 작가가 14살짜리 남학생이었다는 것이었다.
봄이 찾아왔을 때 내가 바랬던 것은 여름
따뜻한 날씨와 즐길 수 있는 야외였다.
여름이 찾아왔을 때 내가 바랬던 것은 가을
울긋붉긋한 나뭇잎과 시원하고 건조한 공기였다.
가을이 찾아왔을 때 내가 바랬던 것은 겨울
아름다운 눈과 겨울방학의 자유였다.
겨울이 찾아왔을 때 내가 바랬던 것은 봄
따뜻함과 피어나는 꽃이였다.
내가 어렸을 때 바랬던 것은 어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고 존경받는 것이었다.
내가 스무살이 되었을 때 바랬던 것은 30대의 성숙과 세련됨이었다.
내가 중년이 되었을 때 바랬던 것은 마음의 자유와 젊음이었다.
내가 은퇴할 때 쯤 바랬던 것은 중년의 젊음과 제한받지 않는 몸이었다.
내 인생이 끝날 이 시점 나는 결국 바라던 것을 하나도 얻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정말 14살짜리 아이가 스무살, 중년, 그리고 노인의 관점을 꿰뚫어 볼 수 있었을까?
아마 당시 유명했던 컬럼리스트 '디어 애비'를 통해 이 시가 소개되었기에 작가의 나이를 살짝 고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4살이 아니라 마흔 하나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 시는 정곡(正鵠)을 찌른다. 다시 한번 읽어보라. 인생의 단계별로 사람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포착했다. 끊임없는 욕망의 고리, 그리고 비교의식 때문에 만족치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한 해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이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전진하기로 작정한다. 새로운 시작은 '다음 일'에 대한 열정과 소망을 갖게 해준다. 그 이유는 더 큰 일, 한 단계 더 높은 고지, 더 많은 것을 목표로 삼으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은 꿈을 크게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뛰어야 한다. 인생초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 만족하고 때론 물러설 줄 아는 지혜도 가르쳐줘야 한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항상 더 큰 일, 더 중대한 일, 더 큰 꿈만 추진하려 들고, 무엇을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리저리 뛴다. 더 나은 직장을 찾기위해 회사를 자주 옮기고, 더 크고 더 넓은 집, 더 나은 동네, 더 고급스러운 차 등을 인생의 목적으로, 성공의 잣대로 착각한다.
항상 "지금보다 더 좋은 것은 무엇인가?"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관계와 임무를 놓친다. 그렇게 살다간 자식도 바꾸고 배우자도 업그레이드하고 교체하려고 하지 않겠나?
적절한 꿈과 계획과 목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과 현재에 만족하고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만 제대로 삶을 살 수 있다.
특히 현실에 만족하고, 지금 있는 곳에 잠시 더 머물 줄 아는 여유와 마음의 자세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더 작은 것을 택하게도 해준다. 한 단계 내려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도 부끄러움보다 감사가 앞서게 해준다.
누군가 당신에게 "다음은 무엇을 할건가요"라고 질문할 때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해도 좋다. 그리고, 인생의 다음 단계가 이전보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비싸고, 더 그럴싸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묶이지 말라.
아이러닉 하지만 거북이 같이 천천히 걷고 느긋히 하루 하루를 즐기는 계묘년, 토끼의 해를 구상해보자. 세상을 떠날 때, 인생의 소중한 것을 놓쳤다는 한탄을 안 하려면 오늘 사랑하고, 아끼고, 즐기고, 만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