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면역(免疫)과 두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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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면역(免疫)과 두 뮤지션

웹마스터

대니얼 김

제너럴 컨트랙터


얼마 전 오랜만에 찾은 모국 방문길에 있었던 일이다. “빨간 줄, 두 줄 나왔어요.” 서울 도착 후 며칠 지났을 때다. 식탁에 앉아서 코비드 자가검진을 해 주던 딸이 하는 말이었다. 입국 당시 PCR 검사 결과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며칠 사이에 결과가 달라진 거다. 무증상인지라 당연히 음성이라 기대했었다. 웬걸, 모처럼 여행길에 7일씩이나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다니 내심 실망이 컸다.


그 후 집안에 머물면서 해당지역 병원 의료진과 하루 3회씩 전화 확인 및 투약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서야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갑작스런 양성판정이라니, 궁금했다. 왜,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감염판정이 나오고, 어떤 이들은 심하게 앓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지. 사람들마다 감염증상에 차이가 있는 데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때를 같이 해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면역과학과 관련돤 책이다. 저자의 글 중 일부다. “개인별 증상이 다른 이유는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감염의 시대,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있는 것은 면역을 위한 삶 그 자체다” 라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면역계는 신체와 정신건강의 모든 측면을 관장한다. 세포와 분자가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의 깊은 층위(層位)들은 태어날 때부터 건강한 몸에 대한 인식을 개발토록 훈련된다. 이러한 인식은 건강상태에 맞게 조율된 핵심 투입물을 참고하는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면역건강은 특정질환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몸의 특정상태다.”(면역의 힘, 제나 마치오키著, 2021년).


LA로 돌아온 후 한동안 뜸했던 영화관을 찾았다. 두 편의 제목은 ’레너드 코헨’과 ‘엘비스’. 공교롭게도 두 뮤지션의 일생을 조명한 음악영화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팝계의 전설이자 대중에게 지금껏 추앙받고 있는 아티스트다. 레너드는 82세, 엘비스는 42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어떤 면역체계를 갖고 있었길래 수명이 40년씩이나 차이나는 삶을 살았을까. 


우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된 레너드 코헨, 그의 생전의 모습을 살펴보자. 그는 뜻을 같이 하는 음악동료들과 늘 함께 활동했다. 프로듀싱, 녹음, 백밴드, 백코러스 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했다. 각 섹션의 음악적 코드가 잘 맞는 이들과 함께 연습 및 공연하는 스테이지 실황이 전편에 흘러나온다. '아임 유어 맨’, '할렐루야 할렐루야’ 등 그의 히트곡들이 등장한다. 


그는 인기절정의 시대에도 LA인근 마운틴 발디의 선(Zen) 수도원을 자주 찾았다. 꾸준한 참선활동에도 정진하는 등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균형있는 삶’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생애 말년에 그의 모국 캐나다 헬리팩스 콘서트 장면도 인상적이다. 구름처럼 몰려 든 팬들의 떼창이 넘쳐난다. 그는 젊을 때보다 더 평안하고 생기있는 얼굴로 열창했다.


한편, 영화 '엘비스’의 주인공 엘비스 프레슬리는 4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백인으로는 드물게 어려서부터 흑인 특유의 음악 정서를 갖고 있었으며 가스펠송에도 완숙한 가창력을 보여줬다. 그는 군에 입대해서도 장병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열심히 다녔다. 제대 후 쉴 틈 없이 전국투어 및 라스베이거스 공연 스케줄도 이어졌다. 여성 광팬들의 인기와 함께 밀리언셀러 음반도 내놓았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와 매니저와의 갈등 등 ‘돈과 삶의 불균형’이 그를 따라다녔다. 영화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연속되면서 40대 초반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특출한 음악적 재능을 겸비한 뮤지션으로 출발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면역학자의 이론에 비추어 본다면 짐작컨대 엘비스의 경우 '균형 깨진 삶의 형태’로 인해 레너드보다 40년이나 짧게 산 것은 아닐까. 


저자 ‘제나 마치오키’는 책에서 말한다.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면역을 위한 삶.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의 생활방식이 중요하다. 유전은 면역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맡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역이 유전자에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은 우리의 수 많은 만남과 모험에 지속적으로 영향받고 변화하는 감정과 환경에 의해 형성되며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응하여 바뀐다. 면역은 심지어 기억을 학습하고 발전시킬 역량까지 갖고 있다. 평생에 걸쳐 집단적으로 쌓이는 이 영향력은 측정 시점에 병에 걸릴지의 여부, 얼마나 오래 아플 지 등을 결정한다. 감염, 식사, 생활방식 그리고 사회적 영향 등 평생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것의 정점인 환경요인(Exposome)이야 말로 우리의 면역 생애사를 결정한다.” 


요즘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느리게, 정교(精巧)하게" 생활하자는 저자의 권유가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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