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한 그릇에 20불 "물가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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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한 그릇에 20불 "물가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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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이 41년만에 9%를 넘어섰다. 개스를 넣기 위해 코스트코 주유소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 백종인 기자



서민 음식은 옛말… 국밥도 ‘금밥’

외식 피하고, 마켓은 세일 품목만

“냉장고, 팬트리 파먹고 살아요”

물가상승률 41년만에 9% 넘어서



# LA인근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주말 대학생 딸과 한인타운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메뉴는 칼국수였다. 딸이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 1년에 몇 차례 들르는 곳이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본 딸이 깜짝 놀란다. 1인분 가격이 17.99달러나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택스가 붙고, 팁을 보태니 20달러는 금세 넘어버린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11.99달러 정도였던 기억이다. 게다가 양도 조금 줄어든 것 같고, 원하면 면을 추가해주던 서비스도 사라졌다. “엄마, 미안해. 이젠 칼국수 먹자는 말 안 할게.” 딸의 농담이지만, A씨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 B씨는 지인들과 타운 내 한 국밥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접시 순대를 하나 시키고, 2명은 순대국을 오더했다. 술이나 음료는 없었다. 식사 후 계산서에는 84달러가 찍혔다. 팁을 포함시키니 100달러짜리를 내고도 돌려받을 게 별로 없었다.


국밥이나 칼국수 같은 메뉴는 이제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 적어도 LA 한인타운에서는 그렇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개스비나 식비 때문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냉장고, 팬트리 뒤져 먹고 살아요’, ‘외식은 확 줄였어요. 장 보는 것도 세일 품목 위주로 해요’, ‘팁이라도 아끼려고 가급적 푸드 코트나 투고 위주로 하고 있어요’ 등등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41년 만에 9%를 넘어섰다. 13일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해 4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8.6%보다도 높아졌고, 전문가 전망치(8.8%)도 뛰어넘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7%, 3월엔 8%를 돌파했고 3개월 만에 다시 9%를 넘어섰다. 물가가 8% 정도를 정점으로 다소 식으리라는 전망도 힘을 잃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까지 단행할 정도로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악화해 연준이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릴 경우 이미 충격이 발생하고 있는 증시 등엔 악재다. 코로나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0%)로 유지하던 연준은 지난 5월 빅스텝(0.5%) 인상을 한 데 이어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도 6%를 돌파하며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한국은행은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인상을 처음으로 단행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문제 등이 겹치며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하고 임금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중장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금통위 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0.5%포인트를 내린 적은 있어도 올린 적은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6월 소비자물가가 최근 급락 중인 유가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식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3월 배럴당 140달러(북해산 브렌트유 기준)까지 올랐던 유가는 최근 100달러 아래로 하락한 상황이다.


백종인·김신영 기자 기사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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