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밥상교회에 날아 든 '가슴 따듯한 이야기'
아버지밥상교회의 무디 고(왼쪽에서 두 번째) 목사와 홈리스 사역을 하는 스태프와 LAPD 경관이 기념촬영한 모습.(위) 최근 교인들로부터 홈리스 사역에 써 달라고 기증받은 빅토빌의 10에이커 크기의 농장. /무디 고 목사 제공
교인 10명 5년 모은 돈으로 빅토빌농장 사서 기증
"오갈 곳 없는 홈리스 사역에 귀하게 써 주세요"
다운타운 홈리스 사역 무디 고 목사 "기적 같아"
"숙소 건물·비닐하우스도 있어 사역에 안성맞춤
LA다운타운에서 홈리스 사역을 하는 아버지밥상교회(담임목사 무디 고)에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무디 고 목사를 돕는 10여 명의 교인이 빅토빌에 10에이커나 되는 건물 딸린 과수농장을 기증했다. 장로, 권사, 집사들인 이들은 지난 5년 간 꾸준히 모은 돈, 62만5000달러로 과수농장을 사서 홈리스 사역에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운타운에서 차로 1시간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빅토빌농장에는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5개의 건물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 15동 그리고 매실나무 600그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타운 아버지밥상교회에서 7년 전부터 홈리스들을 돌보며 수용능력의 한계로 추가시설을 소원했던 고 목사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이상으로 가슴벅찬 일이다.
고 목사는 “지금의 교회에서 운영하는 시설로는 홈리스들을 더 돌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컸다. 또,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거나 마약과 알콜의 유혹을 떨치고 한적한 교외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홈리스들도 있어서 빅토빌농장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노숙자들이 배추, 무, 파를 심어 키우는 활동만으로도 도시 사역이 갖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고 목사의 생각이다.
현재, 다운타운에서 아버지밥상교회가 운영하는 노숙자 수용시설에는 20여 명의 교인이 한인 포함 30여명의 노숙자를 돌보고 있다. 밥상교회의 노숙자용 시설이라고 해봐야 개조한 깡통밴을 올림픽과 알바라도 길가에 세워두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정도다.
“사실 숙소로 쓰기에는 너무도 열악합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운영하다 보니, 주차위반 딱지를 받을 수 있어, 거리청소가 있는 수요일마다 이러저리 차를 옮겨야 하는 불편도 있습니다. 안정이 필요한 노숙자들에게는 결코 좋은 환경일 수 없습니다.”
30년 전 한국에서부터 노숙자 사역을 했고, 2008년 미국에 온 이후로도 줄 곧 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고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만이 노숙자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노숙자들에게 먹고 잘 곳을 제공하고 함께 생활하며 형제처럼 마음을 열고 대하면 언젠가는 그들도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운타운 시설에서 생활해 온 일부 노숙자들이 지금은 교회의 스태프로 참여해 노숙자 사역을 함께 하고 있기도 합니다.”
고 목사가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며 진심으로 다가서는 데는 서울시립대 재학시절 우울증을 크게 앓았던 자신의 경험도 작용했다. “심각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어요. 그럴 때 하나님을 만나 치유의 기적을 경험했고, 하나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노숙자 사역을 시작했어요. 미국에 와서도 아가페선교회를 통해 노숙자사역을 지속했고요.”
고 목사는 좀 더 체계적인 사역활동을 위해 월드미션대학에 진학해 목회학 석사를 했고 10년 전 정식으로 목사안수를 받았다고 했다.
이달 말로 에스크로가 끝나고 정비를 하면 2월 중순께는 빅토빌농장으로 원하는 노숙자들을 입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고 목사는 “도시 사역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교외에 살면서 노숙자들이 마약, 알콜 중독 등에서 격리된다면 그 만큼 개선되는 효과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쓸 것을 안 쓰고 푼돈을 모아 좋은 환경의 시설을 마련해 준 교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교회나 단체들에서 사용하지 않는 이불이나 옷 등을 기증해 주면 요즘처럼 추울 때 노숙자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아울러, 노숙자 사역에 도움을 줄 자원봉사자들도 찾고 있는 만큼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당부했다. 문의 (213) 364-7289
김문호 기자 mkim@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