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또 흑인 죽였다" 들끓는 미국
타이어 니컬스가 땅바닥에 쓰러진 채 경관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 /연합뉴스
테네시주에서 흑인경관 5명이 집단폭행
LA, 뉴욕 등 전국서 경찰규탄 시위, 폭력사태도
문제 경관 모두 해임, 2급 살인혐의로 기소
테네시주에서 난폭 운전 혐의를 받는 비무장 흑인 운전자를 경찰관 여러 명이 집단 폭행해 사망케 한 사건이 벌어져 미국이 들끓고 있다.
사건발생 이후 LA를 비롯한 전국에서 경찰의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2020년 절도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전국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로 마비됐던 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멤피스시에서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29)가 교통단속 중이던 경찰들에게 구타당한 뒤 사흘 후인 10일 심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유족과 시민들이 진상 공개를 요구하자 27일 멤피스 경찰이 당시 상황이 담긴 67분 분량의 보디캠(경찰 몸에 부착한 증거 수집용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는데, 무장하지 않은 시민에게 경찰 5명이 필요 이상의 폭력을 가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홀로 차를 몰고 귀가중이던 니컬스는 난폭 운전이 의심돼 정지 지시를 받았으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잠시 운행하다가 멈춘 뒤 멱살을 잡혀 끌려나왔다. 경찰들이 “난 아무 잘못 하지 않았다”고 하는 니컬스를 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그가 일어나 빠져나가려 하자 주먹과 발로 머리와 복부 등을 무차별 가격하는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어 페퍼 스프레이(최루액)까지 맞고 늘어진 니컬스가 70m 앞 자택을 향해 “엄마! 엄마!” 울부짖었으나, 경찰은 진압봉까지 동원해 총 10분간 몰매를 이어갔다.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 남성으로, 이들은 해임되고 2급 살인(우발적 살인)과 가중 폭행으로 기소됐다. 멤피스 경찰은 또 이들이 속해있던 강력범죄 대응팀인 ‘전갈부대(Scorpion)’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경찰이 여론 지탄을 받는 사건이 또 발생해 전국 경찰 조직이 위축되고 치안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 정시행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