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파업 장기화… 학사일정 차질 우려
교수 300여명 동조 ‘수업 중단’
기말고사, 프로젝트 갈팡질팡
정치권서도 원만한 협상 촉구
4만 8000명의 UC계열 캠퍼스 조교와 연구원 등을 포함한 대학원 근로자들의 파업이 3주차에 접어들며 장기화되자 학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14일 시작된 파업은 10개 캠퍼스 전체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등 4개의 기관이 동참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일부 캠퍼스는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12월 2일) 학기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 파이널 테스트와 논문 제출, 프로젝트 등을 앞두고 있어 채점과 보조 작업을 해야 하는 인력들이 파업으로 빠지게 되면서 학사 업무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또 300여 명의 교수진은 28일 “피켓 라인을 넘지 않겠다”며 이들에 동조해 파업이 끝날 때까지 수업을 진행하거나, 성적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확산되면서 UC샌타크루즈의 앤젤레 데이비스, UC버클리의 주디스 버틀러, UCLA의 로빈 켈리 같은 저명한 교수진이 여기에 포함됐다. 교수들은 “이 파업이 지속되는 한 시스템 전체의 교수진은 성적 제출을 포함한 학사 업무를 거부함으로써 피켓 라인을 존중하는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파업은 치솟는 주거 비용과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임금 저하 등이 영향 탓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2만 4000달러에 불과한데, 이를 기본급 5만 4000달러로 인상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 UC는 첫 해 7%, 다음 해 3%의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그 정도로는 빈곤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첫 해 8%, 다음 해 5%를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또 임대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 제시와 함께 조교를 포함해 대학 교직원들의 전반적인 처우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보육 보조금, 부양 가족을 위한 향상된 의료 서비스, 대중 교통 이용권, 국제 학자를 위한 등록금 인하, 장애인 근로자의 접근성 향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 대학측의 입장이다. UC가 예산의 상당부분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의견을 수용할 경우 재정적으로 큰 불균형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여기에 대해서도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며 대학측의 책임을 묻고 있다.
약 1만2000명의 박사후 연구원 및 학술 연구원을 대표하는 노조인 'UAW Local 5810'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가주 내 대학에서 발생한 것 중 역대로 가장 큰 규모이며, 미국 역사상 고등교육 분야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로 꼽힌다.
UCLA 정치학과 재학생 렉스 폰 클락은 피켓 시위에 참여한 후 "내가 이곳에 나온 주된 이유는 이 사람들이 나의 선생이고, 그들의 근무 조건이 나의 학습 조건이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들이 최저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급여를 받고 다른 일까지 여러가지를 해야 한다면 대학의 고급 교육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33명의 가주 의원들은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마이클 드레이크 UC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노조측과 원만한 협상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UC는 세계 최고의 공립 대학 시스템이고, 연구 기관 중 하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가장 재능 있는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지만 직원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명성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