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그의 피를 기억하라!
박성규 목사
주님세운교회 담임
투르키예의 지진 소식에 온 지구촌이 울고 있다. 이런 유사한 대지진이 1988년 12월 7일, 구소련에 속했던 아르메니아에서 발발했다. 당시 무려 5만5000명이나 사망했던 참사였다. 9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질 때 철근과 콘크리트 밑에 어머니 스잔나는 네 살 먹은 딸 가이아니와 겨우 숨 쉬며 구조를 기다렸다.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는데 겨우 네 살 먹은 딸 가이아니는 그 어머니 옆에 누워서 비명을 지르며 똑같은 말을 계속 토해 놓았다. 점점 작아지는 그 아이의 애절한 말 한마디는 “엄마 목말라, 엄마 목말라”라는 말이었다. 가이아니는 극심한 갈등으로 고통당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을 도와 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갑자기 조난당한 사람들이 먹을 것, 마실 것이 없을 때 피를 나눠 마시던 광경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캄캄한 속에서 바닥을 손으로 더듬었다. 바닥을 더듬다가 깨어진 유리조각을 찾고는 망설이지 않고 그 유리조각으로 자신의 팔뚝을 그어 그 팔뚝에서 흐르는 피를 사랑하는 딸의 입술에 떨어뜨려 주었다.
어머니는 “엄마, 나 목말라요”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유리조각으로 더 힘껏 팔목을 그어서 자신의 피를 사랑하는 딸의 목에 흘려 넣었다. 그렇게 2주일이 지났다. 가이아니는 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이 딸 가이아니는 어머니의 희생, 즉 어머니의 피 흘림 때문에 살아났다. 딸 가이아니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피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2000년 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죗값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가 없었던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준비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서 보배롭고 거룩한 피를 아낌없이 흘리셨다. 그 피로 우리가 살 길을 얻은 것이다.
주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을 앞둔 지구촌에 투르키예 지진 소식이 들렸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전망이다. 필자가 섬기는 주님세운교회는 이 고난에 동참하려고 기도한다. 여러 사역과 선교로 교회와 성도들이 이미 많은 부담을 갖고 있지만 십자가 사랑에 동참하려 한다.
비단 이 지진 희생자들뿐 아니다. 우리가 고난에 동참하며 십자가 사랑을 전해야 할 곳이 세상에 널려 있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 교회는 수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전몰장병 가족들을 도왔다. 교회에 많은 현안들이 있었지만 아낌없이 나누었다. 그때마다 주신 하나님의 큰 은혜를 교회와 성도 그리고 목회자가 경험했다. 십자가 사랑에 생명의 역사가 있다.
사순절을 맞아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대신 형벌을 받으신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깊이 생각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 십자가의 사랑을 받은 우리들이 그 십자가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의 작은 나눔과 섬김이 주님 십자가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