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선조 흔적 남기기…차세대 ‘정체성’ 찾아준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한인 이민선조 흔적 남기기…차세대 ‘정체성’ 찾아준다

웹마스터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차만재 전 회장이 지난 6일 본지를 방문했다. / 우미정 기자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차만재 전 회장


19살에 국비유학, USC에서 박사 취득

대학교수 은퇴 후 이민선조 행적 연구

흥사단 사적지 등 이민역사 보존활동 

중가주 이주 한인들 삶 영문책도 발간



“미국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게 될 한인 후손들에게 생생한 역사의 장소가 필요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차세대들이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정체성’을 바로 찾는 것이다.”


1957년 19세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나선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차만재(85) 전 회장은 당시 정부의 차세대 조기유학제 도입으로 고등학교 졸업반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비 유학시험을 치렀다. 공항 활주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쌀가마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로 수하물을 검역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살면서 차 회장은 1900년대 초,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이주했다가 본토로 옮겨 와 팍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수백여 명의 한인 이민선조들에 깊은 ‘애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969년부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프레스노 정치학과 행정학 주임교수직을 맡은 차 회장은 지난 2015년 교직생활을 접고 은퇴했다. 차 회장은 ‘2003년 미주 한인 이민역사 100주년 행사’를 기념하면서 이민역사에 대해 연구하던 시절 리들리시와 다뉴바시에 있는 한인 214여구의 공동묘지에 대한 조사를 한국정부로부터 의뢰받았다. 



한인선조들의 공동묘지가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 유학시절이 부끄러웠다고 설명하는 차 회장은 “하와이 이민자 선편 명단과 묘지명을 비교하면서 매치가 되는 점, 한국주소 조사착수, 사망신고서 확인, 후손 인터뷰 작업 등을 통해 무덤 출처를 밝힐 수 있었다. 초기 이민자들 대부분이 19세기말 또는 20세기 초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1940~50년대에 사망한 사실 등 이민자들의 초기 생활상과 독립운동 활약상 등을 알게 된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차 회장은 “어떻게 사망했는지를 살펴보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며 “묘비명에 기재된 약 70여 명의 한인 사망원인을 조사·분석한 결과, 영양실조, 농약노출, 자살 3건, 한인 간 타살 1건 등으로 추려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망원인을 보며 철저하게 고생한 흔적을 느꼈다는 차 회장은 “한인 조상들 수입의 일부(20분의 1)를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놓아 상해임시정부 재정에 크게 기여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다뉴바시에 있는 기념비에는 독립자금으로 기부한 한인 조상의 명단과 총액이 기재돼 있으며, 오늘날로 계산하면 약 10만달러다. 



1906년부터 다뉴바에 정착한 한인들은 포도와 복숭아 따는 일을 했으며 이후, 1938년 리들리로 건너가 과일을 수확하는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회장은 한인 조상들의 공동묘지가 위치한 다뉴바와 리들리 2곳을 첫 번째 한인타운으로 꼽았으며, 논쟁할 여지가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차 회장은 지난 2003년 미주한인 이민역사 100주년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다뉴바에 이민선조 애국활동 기념비와 리들리 한인 이민역사 발굴 및 보존사업, 흥사단 사적지 보전 등 한인 이민역사 보존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차 회장은 “차세대 한인의 ‘정체성’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뿌리를 아는 것”이라며 “이웃의 역사와 유산에 대한 상호이해를 촉진시키고 이 같은 노력이 결국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차 회장은 “리들리에 위치한 축소판 독립문은 한인이민사를 기억하는 세대가 없어져도 정체성에 답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8월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를 창립한 차만재 회장은 USC에서 국제관계학·경제학 학사, 정치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1970년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10년 중가주 한인들(Koreans in Central California, 1903-1957)에 대한 영문책을 발간하면서 미 주류사회에 알리고 중가주에 처음 정착한 한인 이민선조들의 흔적 남기기에 애썼다. 차 회장의 책은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이민사 부교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판은 내년에 출판될 예정이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