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Kiting> ‘체크깡’ 한인 사기단에 줄줄이 실형
픽사베이
가짜 여권으로 은행 계좌 만들고
수표 입금 후 일부 캐시백 악용해
수십~수백만 달러 빼돌리는 수법
주범격 피의자는 7년 9개월 중형
위조된 여권으로 은행 계좌를 오픈한 뒤 ‘체크깡’을 통해 거액을 빼돌린 한인 일당에게 법원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했다. 법무부 필립 탤버트 검사는 1일 남가주에 거주하는 이종은(Jong Eun Lee·48)씨가 은행 사기 공모 및 가중 신분도용 등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22개월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씨는 2016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은행을 상대로 체크 카이팅(Check Kiting)이라는 수법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씨는 먼저 사진과 이름을 바꿔치기한 한국 여권으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뒤, 수표를 입금하면 잔고 확인에 필요한 2~3일 동안 은행이 입금자가 일부 금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시스템을 악용했다.
이씨는 이를 통해 75만달러가량 인출하려 시도했고, 이 중 37만 8735달러를 실제로 빼내 착복했다. 일당 6명으로 이뤄진 사기단은 철저히 분업화된 조직으로, 이씨는 계좌 개설과 출금을 담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같은 조직의 주범격인 공경민(Kyung Min Kong·55)씨에게도 지난 달 10일 은행 사기, 돈세탁, 가중 신원 도용혐의로 7년 9개월형이 선고됐다. 공씨는 2014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최소 25개의 다른 금융 기관에서 계정을 개설하거나,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해 369만 8465달러를 허위로 청구해, 이 중 257만달러를 실제로 인출했다. 공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지난 2월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또 한 명의 일당 제프리 김(Jeffrey Kim·51)씨도 은행 사기와 가중 신분 도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씨 역시 위조된 한국 여권을 이용해 애리조나에 있는 BMO 해리스 지점에 계좌를 개설해 36개의 수표를 발행해 다른 한인이 만든 애리조나의 웰스파고 계좌에 입금시켰다. 이후 결제가 보류된 1~2일 사이 시차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물론 디파짓한 체크는 모두 바운스가 나며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잦은 입출금으로 인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또다른 현금카드를 이용해 우체국에서 995달러짜리 머니 오더를 구입해 웰스파고 계정에 입금시켰다. 이로 인해 은행 계좌가 폐쇄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김씨가 불법적으로 인출을 시도한 액수는 38만 429달러였으며, 이 중 19만 6058달러가 실제 피해액으로 드러났다.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됐다.
일당 중 오희성, 장기*, 홍본석씨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새크라멘토의 연방 검찰 가주 동부지부와 FBI, IRS 등이 합동 수사를 벌여 전모를 밝혀냈다.
이와 유사한 ‘체크깡’ 사건은 2010년~2013년 사이에도 남가주에서 적발된 바 있다. 한인 13명 등 15명으로 이뤄진 사기단이 1500만 달러를 빼돌렸다가 적발됐는데, 이들은 브로커, 돈세탁, 모집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당시에도 수법은 비슷했는데, 모집 광고를 통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100~1000달러를 커미션 명목으로 지불하고 은행 계좌를 빌리는 바람에 피해 규모가 커졌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