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영의 마음산책] 유 노 왓 아임 세잉? (You know what I’m s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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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영의 마음산책] 유 노 왓 아임 세잉? (You know what I’m s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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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영 

연세대 교수 

한국상담진흥협회 이사장


“You know what I’m saying?” 지난 여름 LA에서 열린 CEO 강의 프로그램에서 만난 젊은 여성 리더는 나와의 짧은 대화 도중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런 후렴구 같은 질문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그 여성 리더는 나이든 한국 분들과 대화하는 중에 ‘유 노 왓 아임 세잉’이라고 말하면 이상하게도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많았노라고 언급했다. 영어로 말하는 대신, 한국말로 “제가 얘기하는 것 아시겠죠?”라고 재차 말하면, 한국 어른들은 더더욱 언짢아하시는 표정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그 여성은 자신의 어투가 1세대 기성세대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대화 중에는 다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순간 미국 대학원에 재학 중인 딸과의 대화 중 딸이 자주 던지던 말이 생각났다. “아빠, 뭔 말인지 알지?” 이런 말투 역시, 딸이 영어대화 중 자주 쓰는 “You know what I’m saying?”을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한 것임이 분명하다. 거의 1분에 서너 번씩 던지는 이 말에 나 역시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딸 아이가 나를 무시하나? 왜 자기 얘기를 내가 잘 이해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는 딸이 중간에 나의 이해 여부를 자꾸 확인하려는 태도부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우리 인간은 대화 중에 두 가지 두뇌 기능을 사용한다. 먼저,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 받고 분석하는 좌뇌의 기능이 중요한 대화가 있다. 나 같은 교수가 지식 전달을 위해 학교 수업 때 사용하는 대화는 좌뇌 기능이 중요하다. 이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좌뇌의 분석 기능을 잘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대화는 정보 교환이나 지식 전달보다 내면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 받기 원하는 대화가 있다. 이 때는 판단과 분석을 도맡아 하는 좌뇌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해 보는 우뇌적인 기능이 필수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대화는 연인끼리 나누는 사랑의 대화이리라. 이 때는 잘잘못을 따지는 논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자신을 최대한 이해해주고, 특별히 자신의 숨겨진 감정까지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우뇌의 기능을 필요로 한다.


요즘 한국의 친구나 연인끼리 자신이 상대방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듯 싶으면 투정부리듯이 던지는 유행어가 있다. “너, T야?” MBTI 성격 유형 중 사고형(T)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이런 대화를 하게 되는 건 결코 아니다. 실은 잘잘못을 따지면서 공감을 잘 못해 줄 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쓴소리다. 결국 그 본뜻은, “너, 왜 공감을 잘 못해?”이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성격유형이 사고형이 아니라, 감정형(F)에 해당하지만, 딸에게 대화 중 가끔 이런 핀잔을 들을 때가 있다. “아빠, T야?” 딸의 핀잔은 내 성격유형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었다. 딸은 대화 중 아빠에게 공감받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허나 나는 딸의 감정을 헤아리는 우뇌를 사용하기 보다는 빠른 해법을 제시하는 좌뇌를 가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친근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하든지,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대화를 할 때라도 공감을 주고받는 일은 친밀한 대화를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명심하자.


나는 딸이 자주 던졌던, 다소 버릇없는 말투, “아빠, 뭔 말인지 알지?”의 속뜻을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들이 자주 던지는 후렴구, “유 노 왓 아임 세잉?”은 좌뇌 기능 대신 우리에게 우뇌 기능을 가동해 달라는 요청처럼 들렸다. 즉, 자신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들었냐고 우리의 인식 기능을 확인하는 질문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말하는 맥락에 우리가 공감해 주길 원하는 말투이다. 내가 제대로 의역하자면, “제 말 공감하시지요?” 이렇게 이해해야만, 그들의 말투나 태도를 고깝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내 영어를 구사하는 1.5세대나 2세대 아시안 청년들이 여러 차별을 경험해도 1세대들에 비해 커뮤니티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이 저조하다는 보도기사가 있었다. 1세대 기성세대가 이들의 말투 하나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많았던 탓도 있지 않을까? 특히, 미국 사회를 함께 사는 한인들은 일상 중 거의 모든 대화가 우뇌를 필요로 하는 대화일지 모른다. 그래서 성격유형이 사고형(T)일지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 우뇌를 사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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