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결판났던 역대 TV토론
지난 6월 진행된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AP
4년 전 트럼프 계속 방해하자
바이든 "입 좀 다물어라" 일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TV 토론이 처음 열린 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당시 부통령)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당시 연방 상원의원)가 맞붙었던 1960년이다. TV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은 정책을 넘어 후보 개인이 지니는 품성과 개성에 더 집중하게 됐고, 미국 정치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SNS의 보급과 정치 양극화로 인해 지금은 토론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10일 토론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맞붙는 이번 대선의 승부처였다. 대선에서 TV 토론이 갖는 중요성은 불과 석 달 전에도 확인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트럼프와 벌인 첫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주어진 발언 시간조차 다 채우지 못해 자신을 둘러싼 ‘고령 리스크’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후보 퇴진론이 들끓었고 한 달을 버티다 해리스에게 후보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4년 전엔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토론에서 사회자 말을 계속 방해하고 흐름을 끊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진영을 막론하고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게 승패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이 사람아, 입 좀 다물어달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촌철살인으로 약점을 극복하고 승기를 잡은 경우도 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토론에서 현직이었던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인 메디케어(노인·빈곤층 의료보험) 정책을 물고 늘어지자 “또 시작이네”라고 말한 것이 전매특허 발언이 됐다.
훗날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선거운동 때 이를 패러디해 ‘쟤네 또 시작이네’라는 슬로건을 만들 정도였다. 레이건은 4년 뒤엔 17세 어린 월터 먼데일과 맞붙었다. 당시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그는 나이를 우려하는 질문에 “저는 상대방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 너무 젊다든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친구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국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받아쳐 큰 박수를 받았고 선거에서 압승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