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미국 복음주의와 트럼프
지난 주말의 총성으로 미국 대선 판도가 출렁인다. 재선에 나선 트럼프는 총격을 받았지만, 건재를 과시했다. 피 묻은 얼굴로 “싸우자!”라고 외친 트럼프는 기세를 몰아 젊은 보수 지도자 J.D. 밴스를 부통령후보로 지명하였다. 성급하지만,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건 확실하다!
1970년대 이후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이하 복음주의)는 공화당을 적극 지지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공화당을 지지해도 복음주의 신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두 번의 이혼, 세 번의 결혼, 잦은 성 추문과 같이 복음주의 기독교 윤리와 상반되는 삶의 궤적을 가진 트럼프를 왜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지금도 왜 열렬히 지지하고 있을까?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 조사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은 트럼프가 좋은 신앙인은 아니지만, 복음주의의 의견을 가장 잘 대변해 줄 후보라고 생각한다. 복음주의 신앙인들도 트럼프를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보지 않는다. 혹자는 트럼프가 고레스 왕 같은 사람이고 말한다. 고레스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지만, 하나님을 믿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페르시아 왕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동안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트럼프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뜻을 반영했다. 특히 퇴임을 앞둔 트럼프가 야당과 반대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물리치고 보수신앙과 보수적 신념을 가진 다수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트럼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임명으로 미국 대법원이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판사들이 다수가 되었는데, 이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희망 사항이었다.
이렇게 판세가 조정된 후 미국 대법원은 여러 중요한 결정을 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결정은 50년 만에 “로(Roe) 대 웨이드(Wade) 법안”을 뒤집은 판결이다. ‘로 대 웨이드 법안’은 1973년 대법원의 획기적인 판결로 여성들의 낙태권을 인정했다. ‘로 대 웨이드 법안’으로 각 주에서는 낙태를 반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로 대 웨이드 법안’을 뒤집는 판결을 트럼프가 만든 보수적인 대법원이 내린 것이다. 이것은 복음주의 진영의 숙원사항이었다.
트럼프가 다수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의 폭주다. 오바마와 바이든 정부가 주도한 미국의 반 신앙적인 법은 기독교 신앙을 방해하고 다음 세대의 영혼을 죽이는 법들이다. 이런 법들은 미국 기독교 정신과 청교도 정신을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복음주의자들을 평가한다.
트럼프의 재등장과 기세를 보며 미국 복음주의 교회는 반성이 필요하다. 복음주의 교회가 건강한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정치지도자를 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이후 신앙, 실력 그리고 대중적 지지를 가진 복음주의자가 공화당에 없다. 아울러 복음주의 교단 교회 출신이 과격한 민주당 지도자로 등장한다. 어떤 경우건 복음주의 교회가 지도자 양성에 실패한 것을 보여준다.
어느 복음주의 교회 목회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 신앙과 삶에 문제가 있지만, 민주당의 폭주(인권과 평등을 주장하며 성소수자 보호를 빌미로 무시무시한 악법을 제정하는 민주당의 폭주)를 효과적으로 막을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미국 복음주의 입장이다. 아쉬움이 많은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 복음주의의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