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후보 사퇴… 해리스 지지 선언
대선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바이든이 지지를 선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남은 임기 대통령 의무에만 집중"
대의원 투표로 새 후보 선출해야
트럼프 "해리스, 바이든보다 쉬운 상대"
복수 후보 출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81)이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됐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로 진행됐던 대선 대결구도가 급변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 남은 임기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퇴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발표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는 지난달 27일 첫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25일만에 이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발언 중간에 맥락과 상관이 없는 말을 하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격차가 더 벌어지자 민주당 내에서 40명에 육박하는 연방 상·하원 의원이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 13일 유세 중 피격으로 부상을 당하면서 공화당 내 '영웅'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시 발이 묶이는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내 지지가 급속도로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도 등을 돌리면서 벼랑끝에 몰린 것이 결정적 이유라는 분석이다.
바이든 사퇴 발표 이후 카멀리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지만 해리스가 자동적으로 최종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규정에 따르면 대선 후보가 되려면 1차투표에서 서약한 대의원(pledged delegates) 약 3900명 중 과반수(50%+1)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당연직인 수퍼대의원(super delegates) 약 750명이 서약한 대의원들과 함께 2차 투표에 참여하며 이중 과반수를 득표해야 후보가 된다.
대선후보로 나오려면 서약한 대의원 중 최소 300명, 최대 599명의 지지서명을 얻어야 한다. 대의원 투표는 빠르면 8월 초, 온라인으로, 늦으면 8월 19일~22일 전당대회 기간 중 실시될 예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시 대타 후보로 거론돼 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미니 후보 경선'을 통해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시간적 제약과 함께 당 분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채택 여부는 확실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발표 직후에 해리스 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지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