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못 쉬겠어요” 공황장애까지 간 육아 전쟁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숨을 못 쉬겠어요” 공황장애까지 간 육아 전쟁

웹마스터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첫째 제이비어(왼쪽)와 둘째 알렉스(TK),   사진 제공 = 어머니 배씨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15개월을끝내며 <3>


유치원, 초1 아들 온라인수업…하루종일 집에서 씨름

어느 날 겪은 죽음의 공포…911까지 출동한 위기 상황

“어려웠지만 아이들과 시간 보내서 감사, 배운 것 많아”

 

 

지난 해 5월이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트밀을 꺼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이들의 수업 스케줄을 확인하려던 순간이다.


“갑자기 숨을 못 쉬겠더라구요, 숨을 쉬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느낌. 아세요?”


온몸에 공포가 엄습했다. 순간 ‘코로나에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911에 전화를 걸었다.


“점점 호흡이 가빠졌어요. 다리에 쥐가 나고 굳는 느낌이예요. 이러다가 죽는 거구나.” 그 순간 머릿속에 남편과 아이들만 떠올랐다. ‘애들 숙제 어떡하지? 나 없으면, 누가 봐주지?’ 질문들이 뒤엉켰다. 신기하게도 그 속에 ‘나’는 없었어요.”


얼마 후 911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다행히 맥박과 호흡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진단이다. 서둘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음성이었다. 진료한 의료진은 ‘코로나 블루’ 증상을 언급하며 ‘패닉 어택(Panic Attack)’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다.


배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뉴스가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 건수”였다며 계속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소식에 두려움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수업으로는 아이들이 학업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란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극도로 퍼졌던 것 같아요”라며 “모두에게 그랬겠지만, 어느 누구도 가르쳐 준 적 없는 하루 아침에 생긴 일” 이라고 표현했다.


이스트베일(구 코로나)에 거주하는 배 모씨(39)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겪은 일이다.


당시 5살, 7살이던 유치원생(TK)과 초등학교 1학년생 두 자녀를 둔 배씨는 지난 해 3월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삶에 적응하느라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원격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두 아이들 모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곁에서 살펴줘야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됐어요.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수업은 오후 4시가 돼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죠. 아이들도, 학부모도 모두 낯설고 힘겨운 시기였죠.”


두 아이 동시에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에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노트북 두 대로 주방과 거실을 오가면서 헤드셋까지 동원해 수업 진행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무엇보다 비대면 수업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달래가며 책상 앞에 앉히는 것이 차를 태워 등하교시키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처음 공황장애가 왔을 때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았고, 처방해준 약을 몇 주간 복용한 뒤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배씨는 “당시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죠. 이젠 다시 태어난 느낌이예요”라고 표현한다.

“팬데믹 기간 아이 엄마이자 학부모로써, 그렇게 서투르게 보낸 시간 속에서 얻는 것도 있었어요. 남편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죠. 어려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운 것이 조금 더 많았어요, 모두에게 그저 의미 없고 힘들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911대원이 남긴 한 마디를 전해줬다. 배씨와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학부모들로부터 하루에만 5-6통의 응급 전화를 받는다는 구급요원의 말이다. “Go for a Wine. (와인 한잔 하세요)”


우미정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