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장후보들이 던지는 노숙자 쉘터 공약은 무용지물?
랜드연구소 노숙자 2500여명 조사
'그룹쉘터보다 개인생활 보호 원해'
LA시장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노숙자 쉘터 공약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LA타임스는 4일 릭 카루소 후보가 시장에 당선할 경우, 임기 첫해에 노숙자 쉘터에 침상 3만 개, 캐런 배스 후보는 1만5000개, 조 부스카이노 후보는 임기 36개월 안에 9000개의 침상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정작, 노숙자들은 입주를 하지 않겠다는 등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민간연구개발기관인 랜드코퍼레이션(Rand Corp)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LA시장 후보들은 노숙자 문제 해결을 간판 공약으로 내밀고 있지만, 쉘터 옵션은 실질적으로 노숙자들이 선호하는 목적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랜드코퍼레이션이 스키드로우(1358명)와 할리우드(685명), 베니스(523명)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3분의 1 미만에 해당되는 노숙자들이 “그룹 쉘터에 입주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룹 쉘터는 도난 문제, 사생활 보호 부족, 통행금지 등의 제한이 있으며, 오후 7시 이후 출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 연구진은 여론조사에 응한 노숙자들의 90%가 쉘터에 관심을 보였지만, 쉘터 유형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중 약 80%의 응답자들이 쉘터 내 개인룸 혹은 모텔이나 호텔과 같은 곳에서 영구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입주하겠다고 밝혔다. 약 60%의 응답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임시 쉘터, 50%는 여러 명이 공유하는 쉘터 혹은 안전한 캠핑 장소, 30%는 규제가 있는 쉘터로 들어갈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거의 절반은 이미 주택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3분의 1은 현재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40%가 넘는 노숙자들이 거리에 나와 있는 이유는 처음 주택 제안이 있었던 이후 후속조치(follow up)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노숙자들이 쉘터 제안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로는 사생활 노출 문제가 38%, 거주지 내 규칙 19%, 파트너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 14%, 반려동물과 소지품 때문 10%를 차지했다.
응답자 중 75% 이상이 1년 이상 노숙자로 지내왔으며, 50% 이상은 3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숙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으로 식별되는 응답자 비율은 LA노숙자서비스국(Homeless Services Authority)의 2020년 데이터보다 38% 더 높았고 히스패닉으로 식별되는 응답자는 24%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케빈 데 레온 후보와 캐런 배스 후보를 포함한 일부 후보자들은 수십 명이 2층 침상에서 함께 자는 그룹 쉘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팬데믹 기간동안 그룹 쉘터 수용 가능 인원 수를 50~70%까지 크게 줄였지만 수퍼감염(Superspreader)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