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목말라 있던 교민사회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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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목말라 있던 교민사회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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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영 교수는 이 시대 최고의 관계와 소통에 관한 전문가로서 대화 시 "나의 감정을 알리기 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라"는 조언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라고 말한다. 본지 이기욱 대표와의 대담은 시종일관 공감과 소통 그리고 진지하게 진행되었고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도 이어졌다. / 이훈구 기자


연세 YGCEO 44, ‘소통의 대가권수영 교수

정신 치유를 넘어 마음 치유가 화두인 시대

조·중·한 등 3대 일간지 일제히 후원

건강한 관계를 원한다면 “따로 또 같이”를 기억하라!

인간, 사회 관계의 치유는 가족관계에서 부터 시작

 

연세글로벌CEO 동문회(회장 박사천·이하 동문회)가 남가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4 4색의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 교민들이 인문학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바로 ‘상담학소통의 대가로 불리는 권수영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이하 권교수)교수의 특별한 심리수업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그 때가 치유의 기회입니다가 바로 그것. 권교수의 지난 17 LA CGV 강연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이에 본지는 특별 대담의 시간을 마련하고 지난 18일 본지 이기욱 대표의 질문과 권수영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 되었으며 평소 공감 잘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심리학자답게 공감 잘하는 인터뷰로 진행되었고 인문학에 관한 갈증 해소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편집자 주)

권수영 교수는 상담학계의 스타교수로 20여년 넘게 수천 명의 내담자를 만나온 경험으로 CBS ‘세바시’, tvN ‘어쩌다 어른’, EBS ‘배워서 남줄랩’ 등에서 명 강연을 한 바 있다.

다음은 질문과 답변에 대한 전문을 정리해 싣는다.

 

Q. 본인도 청중석에서 강의를 들었는데 꽉 찬 자리들을 보고 놀랐다. 이번 강연에서 교포사회의 뜨거운 열기와 인문학에 대한 목마름을 보여 준 것 같은데 첫 느낌이 어떠했나?

- 저 자신도 꽉 찬 청중들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웃음). 예전에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인문학이라고 하면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자 서양의 신화나 고전의 이해 정도로 고리타분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사이는 치유의 인문학이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했다. 단순히 소양을 넓히는 것 만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인문학이라는 인식이 되면서 성찰적 요소가 많이 추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무엇을 위해 사나하는 부분들이 마음을 파고 든 것이 사실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요구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인문학의 틀이 새로워졌고 치유 인문학하면 주제도 감정, , 가족의 관계 등 다양하기에 더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닌가 싶다.

 

Q. 한국이나 미국이나 인문학 강의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일종의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봐야 하나?

- 내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만해도 한국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 이유는 마음에 대해서 전문가를 찾지 않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내 상처를 감추려고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문화가 바뀌었다. 상담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었고 강의를 들으면서 저건 내 얘기야하는 감정과 치유의 생각들이 들면서 보편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문가를 만나서 내 상처를 드러내고 1:1로 상담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정신 건강이라는 표현 보다는 마음 건강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게 된 것도 이러한 현상의 연장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Q. 최근에 트럼프 후보가 총격을 받았다. 범인의 사회 병리적 해석이 가능한가?

- 당연히 가능하다. 범인은 자기애성 장애’, 소위 아이들 용어로 자뻑증이 있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자기를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존재감이 떨어지거나 과거 따돌림을 당했던 사람이었다면, 또는 신체적 외상이나 정신적 외상을 입은 경우 당연히 생애 최초로 자신이 주목을 받을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따라서 치유되지 않은 개인을 사회적 재난이라고 까지 보는 이유이다. 가족 치유, 사회적 치유가 일차적으로 안되면 결국 치유되지 않은 개인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가해의 이면에는 내 문제를 공감해 달라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데 이걸 놓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사회 전체가 내 문제를 공감해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치유에서 사회적 치유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감 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가족적, 사회적 붕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지난 3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90개 국가 중 한국의 경우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가 조사 국가 32개국 중 31위였다. 행복지수와도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는가?

- 당연히 있다. 인간은 서로 관계가 좋으면 행복하게 되어 있다. 최근에 한국의 경우 공교육으로 학교폭력을 막을 수 없자 인성교육을 강화했는데 행복의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음식과 관계라고 본다. 한 마디로 관계가 좋으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분노가 많다. 그래서 관계형성에 종종 실패한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 ‘고슴도치 딜레마’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겠다. 한국은 집단주의 문화다. 남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보니, 소외감·거절감도 강하다. 따라서 서로의 가시에 찔려 점점 경계하고 밀어내는 고슴도치처럼, 서로 상처받지 않으려고 이념성별세대별로 끼리끼리 나뉘면서 관계의 질이 떨어지고 소외감이 커졌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경우 진짜 어려웠을 때 정작 찾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이 관계가 회복되어야 행복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Q. 현재 한국의 대표적 사회 병리현상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갈등 (葛藤)이라고 본다. 정치적이고 지역적인 갈등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세대간 갈등 외에도 남녀갈등까지 붉어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세분화 되면 젠더 문제로 또 분열 되었을 정도다. 오죽하면 낀대’(끼인 세대)라는 말까지 생겨 났을 정도다. 꼰대와 요즘 것들 사이를 말한다고 하는데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끼인 세대를 말한다. 비슷한 말로 ‘젊은 꼰대’도 있다. 낀대 정체성의 출현은 윗세대와의 구분이라기 보다는 80년대생과 90년대생 간의 세대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 세대는 종종 ‘2030, MZ세대’로 묶이기도 하지만 간극이 크고 화법도 전혀 다르다. 이처럼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사회적 파편화’에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관계의 두 측면, 즉 사회체계와 대인관계에서 균열·단절·파괴가 일어나는 상태를 뜻한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유기적 연대를 가진 하나의 통일체로 묶이지 못하고 소집단 또는 개인 수준으로 조각나 버리는 ‘사회의 원자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SNS를 많이 하는 민족인데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파편화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소통·관용·공존·상생 같은 것들이 약화되고 외로움·증오·공포·혐오 같은 것들이 강화 되었다. 선택적 관용이 용납되다 보니 사회통합도 불가능하고 시민의 행복지수도 낮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Q. 이러한 현상은 미주 한인사회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당연하다. ‘미주 사회에서의 한국인이기에 더 그렇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직성은 한국이 언제나 상위권으로 이슬람 문화권 다음이다. 항상 남을 신경 쓰고 경쟁하고 자기 개발에 열심이다. 이 모든 것이 인정욕구를 채울 수 없을 때 문제다. 나는 이것을 실제 감정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의 힘을 가진 ‘온건파 감정’,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밖으로 밀어내는 원심력의 힘을 가진 ‘강경파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말하면 원심력은 상대방을 향한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것이고 구심력은 내가 바라 보는 남이다. 따라서 구심력이 높은 사람은 심하면 자기 자신에게 모멸감을 갖는다. 따라서 분노와 같은 강경파 감정은 결코 나쁜 감정이 아니며, 그 속에 다른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친절한 감정일 수 있다. ‘발작도 알고 보면 공포감을 느끼는 시그널이 아닌가? 그리고 갈등이란 불을 끄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는 대화로 풀어보려고 하지만 미국인들은 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결국 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리더들부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구심력의 관점에서 풀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감정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내면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먼저라고 보기 때문에 우아하고 현명하게 상대에게 화내는 방법이야 말로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Q. 한 개인이 치유되는 과정도 사회적인 노력이 상당히 필요할 것 같다.

- 개인이 치유되지 않는 것을 나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피해와 참사를 규명하는 일이 부족한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분노를 하면서도 정작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때 최우선적으로 마음 건강을 들여다 보는 게 중요하다. ‘소통을 해야 뭔가 규명되고 해결될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대한민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심지어 대통령 실에도 마음건강을 돌보는 부서가 생겼을 정도다. 나는 궁극적으로 대통령도 마음 건강 상담을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국민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다. 국회 보좌관들도 마음 건강에 대하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실이나 국회가 마음 건강의 관점에서 리더들의 마음을 돌보게 된다면 건강하게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사회관계망이 회복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사실 개인주의가 살아 있는 사회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의식이 깔려 있다. 자기 것만이라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개인주의가 살아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인간사회의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되겠는가?

-  따로 또 같이살아야 한다고 본다. ‘따로란 자기 주장을 하라는 거다. ‘남이 보는 나에 국한되지 말고 내가 생각하는 나로 살아라’라는 말이다. 너무 가까운 밀착관계에서는 상대를 배려하느라 내 주장을 못 해서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사라진다. 인간은 관계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의존해야 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관계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다. 여기서 관계의 5단계를 말하고 싶은데 소원한 관계, 갈등 관계, 단절 관계, 친밀 관계, 밀착 관계로 표현 할 수 있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따로 또 같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관계에 집착하지 말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 기억해야만 한다.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부모와 나, 타인과 나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들과 연결된 독립체로 따로 또 같이사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후 같이 조율해 나가자는 것이다.

Q. 시원시원한 논리와 탁월한 해법을 제시해 주신 권수영 교수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 한인사회의 마음건강 치유를 위해 앞으로도 자주 인문학 강좌를 열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 감사합니다.

◇ 권수영교수는 이번 7월부터 시작된 제9기 연세글로벌CEO 강의의 일환으로 방미하여 미주한인사회에 인문학 강좌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정리 :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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