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에세이] 흉기를 향기로 바꾸는 십자가
강준민 목사(새생명 비전교회)
글쓰기를 배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좋은 글을 만나면 감격하고 또 감격했습니다. 특별히 제가 살아내기에는 너무 힘들지만 제 가슴에 울림을 주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그 글들은 지금도 제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 글 중의 하나가 루오의 글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인은 향나무처럼 찍는 도끼에 향을 묻힌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습니다. 자기를 찍는 도끼에 향을 묻히신 분,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 예수님은 상처 입은 치유자
도끼는 나무에 상처를 냅니다. 그러나 그 상처에서 독이 아니라 향이 나옵니다. 로마 군인들은 예수님을 채찍질했습니다. 침을 뱉었고,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을 씌웠습니다. 채찍에 맞으신 예수님의 몸에는 상처가 났고, 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가시 면류관으로 인해 머리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피, 곧 예수님의 보혈이 우리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벧전 2:24). 예수님은 상처 입은 치유자이십니다. 그분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보혈이 우리를 치유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피를 보배로운 피라고 증언합니다.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이 물려 준 헛된 행실에서 대속함을 받은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된 것이 아니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된 것이니라”(벧전 1:18-19). 예수님의 피는 짐승의 피와 다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의 피, 곧 하나님의 피입니다. 그러므로 보배로운 피, 곧 보혈입니다. 이 보혈에는 능력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우리를 대속하는 능력입니다. 예수님이 피 값을 지불하심으로 우리는 죄와 사망, 그리고 마귀의 권세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또한 보혈은 용서의 능력입니다. 피는 생명입니다. 생명이 피에 있기에 피가 죄를 속하게 됩니다.“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제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죄하게 하였나니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레 17:11). 예수님의 피는 생명의 능력입니다. 더 나아가, 그 피는 우리 죄를 정결케 하는 능력이며, 죄와 허물을 덮고 제거해 주는 능력입니다.
#. 예수님의 보혈은 치유의 능력
구약의 짐승의 피는 죄를 일시적으로 덮어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보혈은 우리의 죄를 제거하십니다. 예수님의 피는 사랑의 피입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8).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의 허물을 덮어주듯, 예수님의 보혈은 우리의 죄를 덮고, 또한 도말하십니다(골 2:13-14). 짐승의 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은혜입니다. 죄를 덮어주는 은혜도 크지만, 죄를 제거해주시는 은혜는 한량없는 은혜입니다(히 10:10, 17-18). 예수님의 보혈은 우리 과거를 덮고, 우리 미래를 새롭게 열어줍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치유의 능력입니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처입니다. 몸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상처도 아픕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곪고 썩으며 결국 독을 발산합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이런 상처들을 치유합니다. 우리 안의 상처를 진주로, 향기로 바꾸어 주십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독을 제거하고 향기를 남깁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죄인을 품고, 상처를 감싸며, 영혼을 소생시킵니다. 오래전에 읽은 이승우 작가의 글이 떠오릅니다.
#. 흉기를 향기로 바꾸어 주신 예수님
“만일에 우리가 향나무처럼 우리를 치는 도끼 날에 향을 뿌려, 그 흉기를 향기로 바꿀 수 있다면, 아,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조그만 향기의 확산으로 하여 세상은 얼마나 더 눈부시고 아름답겠습니까? 얼마나 더 향기롭겠습니까?” (이승우, 『향기로운 세상』, 살림, 171쪽)
이 글을 읽는 순간, 저는 예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각났습니다. 예수님은 향나무처럼 자신을 치는 도끼날에 향을 뿌리셨습니다. 흉기를 향기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흉기가 향기로 바뀌는 순간, 하나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십자가는 향나무입니다. 향나무는 찍히면 찍힐수록 더욱 향을 냅니다. 십자가는 은혜의 향을 뿜는 고난의 나무입니다. 사순절이 되면 십자가를 깊이 묵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이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이 글은 곧 예수님의 십자가를 증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수님처럼 살고 싶습니다. 향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상처를 준 이들을 용서하고 축복하며, 또한 제가 상처를 준 분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사랑합니다.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고통받으신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부활의 능력과 영광을 기뻐하지만, 그보다 더 깊이 사모하는 것은 십자가 고난 속에 감춰진 사랑입니다. 십자가는 가장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예수님이 베푸신 은혜와 사랑 속에서 날마다 살아가시기를 빕니다.
프로필
서울신학대학 졸업(B. A.)
아주사 신학대학원(Azusa Pacific University, M. A./ M. Div.)
탈봇 신학교(Talbot Theological Seminary, Th. M.)
KOSTA(국제 복음주의 학생 연합회) 강사
미주 두란노서원의 큐티 세미나 강사
LA 소재 로고스 교회 담임 목사
LA 동양선교교회 담임목사
새생명비전교회(New Life Vision Church)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