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이 너무 인색해” VS “식당들이 너무해”
음식값 오르며 손님들 불만 점점 커져
종업원, 업소측과 갈등 부추기는 요인
“타인종 식당보다 비싸고, 서비스 별로”
“짬뽕 먹고 100불 놓고 가기도 개인 차”
# A씨는 한 달에 몇 번씩 이용하는 식당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종업원이 계산서를 내밀면, 그러려니 하고 신용카드를 줬다. 그리고 팁을 포함시켜 총액을 적은 뒤 사인하고 말았다. 그런데 하루는 계산서를 읽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음식값 외에 이미 팁이 포함된 액수가 적혀 있는 것이다. 물어보니 “우리 업소는 늘 그랬다”는 답변이었다. 그동안 이중으로 팁을 지불한 셈이었던 것이다. 그는 “일행이 많으면 청구서에 팁을 포함한다는 얘기는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는데, 3~4명이 함께 먹은 자리에도 그런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속았다는 생각에 불쾌했다”고 말했다.
# B씨는 가족들과 외식 중 언짢은 일을 겪었다. 바쁜 주말 저녁이어서 그런 지 몰라도, 서비스가 형편없었다. 덜어 먹을 그릇이나 냅킨, 얼음물 등이 필요해 종업원을 두리번거려도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는다. 어렵게 불러 요청해봤지만, “알았다”는 대답 뿐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어쩔 수 없이 직접 가서 냅킨과 그릇을 들고 와야 했다. 그래도 계산서에 팁 10%를 적었더니,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맞게 적은 것이냐”며 기분 나쁜 표정이었다. B씨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지적하니, 사과는 커녕 싸늘하게 돌아서고 만다.
(음식점) 팁은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가장 큰 문화적 이질감 중 하나다. 익숙해진 사람들은 괜찮지만, 낯설게 느끼면 예민하고 비판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타운 내 물가가 치솟는 요즘, 이 문제로 인해 논란과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식당 서버 경력 5년째인 스텔라 정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과 감정 싸움을 하게 된다. ‘이것저것 온갖 서비스를 요구하고, 정작 팁은 1, 2달러만 놓고 가는 경우도 꽤 있다”며 “돈 얼마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손님일수록 음식 가격이나 맛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고, 언짢은 말만 잔뜩 늘어놓기 일쑤다. 기껏 ‘시중’들고 욕만 먹는 느낌이라서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역시 LA인근 중국 음식점에서 일하는 제니퍼 박 씨는 “우리 가게는 다양한 인종이 찾는 편이다. 자연히 비교를 하게 되는데, 역시 백인들이 후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그들은 심지어 투고 주문을 하면서도 20%의 팁을 지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반면 한인이나 아시아계, 또 히스패닉들은 알뜰한 편이다. 아무래도 문화 자체가 다른 것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혼자서 온 한인 손님이 ‘일이 즐거우신가봐요. 보기 좋네요’라며 짬뽕 한 그릇을 먹고 아무 말 없이 팁을 100달러나 놓고 갔다”며 “개인 차이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용객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원하는 C씨는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정부 보조금을 거액을 받은 타운 내 식당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라.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 한식당 돕자고, 한번이라도 더 팔아주려던 마음이 컸는데. 괜한 일 한 것 같다”며 “물가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차이나타운이나 타인종 레스토랑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불만이 팁을 주는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티니 Missy USA에도 팁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10% 줬다가 진상 취급받았다’ ‘자동 결제기 들고 오는데 기본이 18%다. 강요 아니냐’ ‘싫으면 식당 가지 마라. 집에서 해먹던가 투고해라’ ‘주차장까지 따라오는 경우도 있더라’ ‘손님과 서버가 싸울 일이 아니다. 업주가 반성해야 한다’ ‘미니멈도 올랐는데, 팁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등의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한편 KTLA의 보도에 따르면 토스트(Toast Inc.)의 조사 결과 가주 평균 팁은 17.5%로 전국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아칸소, 뉴저지, 루이지애나 같은 곳이 18.9% 등에 비해 1%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