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빚 상환 내달 재개···대출자들 '패닉'
미국인들이 연방정부에 학자금 융자빚 탕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
4400만명, 월 200~300달러 갚아야
인플레속 '마른 수건도 짠다' 호소
제때 정보 업데이트 안돼 혼란 가중
25%는 아예 서비스 업체까지 변경
LA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이달부터 고강도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여행이나 주말 외식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하던 '스타벅스'까지 건너 뛸 생각이다. 김씨의 월 절약 목표액은 150~200달러. 그가 갑자기 지출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유는 학자금 상환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는 한 달에 180달러씩 꼬박 갚아 나가야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가뜩이나 빠듯한 생활비를 또 줄여야 한다니 답답할 뿐”이라며 “마른 수건도 짠다는 각오로 임하기는 하겠지만 불안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유예를 결정한 이후 약 3년 반 만인 오는 10월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대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 학자금 빚을 지고 있는 4400만 명의 미국인들이 매월 다시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연방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자는 평균 6.36%의 이자율로 약 3만7330달러의 부채가 남았으며, 매달 평균 200~300달러를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대출자의 약 8%는 최소 10만 달러를 미 상환한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상환 유예 기간 대출자들의 다른 빚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신용평가 회사 ‘트랜스유니온’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코로나 기간에 크레딧카드 부채가 증가했고. 약 3분의 1은 새롭게 차량 구입 대출을 받았으며, 15%는 모기지 대출을 얻었다. 추가로 하나의 페이먼트가 늘어난 셈인 것이다. 소비자 재정 보호국에 따르면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 대출자의 5명 중 한 명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 부담 뿐 아니다. 적지 않은 대출자들은 상환과 관련된 '페이먼트 셋업' 과정도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대출자들은 이달 초까지도 지불 기한과 실제 지불해야 할 금액 등이 담긴 세부 정보가 포함된 청구서나 이메일 조차 받지 못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대출자 4명 중 한 명 꼴로 융자 서비스 업체가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자들은 “남은 대출 액수를 파악하기 위해서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먼저 연방교육부 웹사이트(StudentAid.gov)에서 대출 상황을 파악하라고 제안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학자금 대출 탕감책 대안으로 내놓은 '세이브(SAVE)' 플랜도 적극 활용해 상환액을 낮추는 방법도 고려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대출금 상환이 재개되면서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정보 사이트 ‘뱅크레이트(Bankrate)’가 지난 6월 학자금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큰 후회’가 무엇인가 라는 설문 조사에 따르면 거의 4분의 1(24%)이 '교육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빌린 것'을 꼽았으며 '비상 상항에 대비해 충분한 저축을 못한 것'이라는 응답도 17%에 달했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