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떠날 때는 말 없이
김해원
변호사
지난 2월부터 4월까지는 TV에서 실패한 스타트업 회사들에 대한 드라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넷플릭스의 ‘인벤팅 애나’부터 쇼타임의 ‘슈퍼 펌프드’, 훌루의 ‘드롭아웃’ 그리고, 애플TV+의 ‘위크래시드’까지 사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들을 한인 고용주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2010년 독일 백만장자의 상속녀라고 속이고 뉴욕 사교계의 수퍼스타로 군림했던 애나델비에 대한 ‘인벤팅 애나’는 그녀의 거짓말에 수 많은 뉴욕의 패션, 예술, 부동산, 금융 전문가들이 사기를 당한 생생한 스토리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을 다룬 마이크 아이작의 책에 바탕을 둔 ‘수퍼 펌프드’는 회사 내 성희롱과 상관의 갑질 문제가 대형회사까지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UCLA를 중퇴한 남가주 출신의 칼라닉은 2017년 결국 이사회로부터 해고되고 우버에서 쫓겨난다. 특히 칼라닉은 2014년 서울 출장 시 노래방에서 도우미들을 고용한 사실이 발각돼 비난을 받았다.
우버도 인사 담당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전 직원들의 내부자 고발이 계속됐다. ‘드롭아웃’은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헬스 IT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녀의 남자친구 서니 발와니의 사기행각을 그렸다. ‘맘마미아’의 아만다 사이 프리드가 연기한 홈즈는 피 한 방울로 240개 이상의 질병검사를 할 수 있다고 속여서 루퍼트 머독을 비롯한 유명인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셔츠만 흉내냈던 홈즈의 테라노스는 파산했고 홈즈는 지난 1월 사기죄 4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테라노스는 사외이사인 전 미국 국무장관 조지 슐츠의 손자인 타일러 슐츠와 전 직원 에리카 청의 내부 고발로 무너졌다.
마지막으로 사무실공유업체인 위워크에 대한 ‘위 크래시드’는 유명배우 자레드 레토와 앤 해서웨이가 위워크의 창시자 애덤과 레베카 뉴먼으로 등장한다. 위워크도 매일 사무실에서 맥주파티를 벌이고 각종 고용법 위반행위를 저지른다. 한국배우 김의성이 위워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손해를 본 손정의로 등장한다.
위 드라마들에 나오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측근들만 채용하는 인사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테라노스의 홈즈, 발와니와 위워크의 뉴먼 부부는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회사를 망쳤다. 이런 IT기업들 이야기는 많은 한인 2세들이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이런 기업을 세우기 때문에 교훈이 될 수 있다.
한인 고용주들도 사장과 직원들이 형·동생 하면서 식사 같이 하고, 같이 여행 다니고, 골프 치러 다니면 사이가 좋고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한다. 그러다가 노동법 소송을 당하면 잘 해줬는데 소송을 한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최근 한국에서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에 근무해서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 측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나”고 반박했다는데 이렇게 ‘우리편’만 고용하고 아무도 전문가의 고언에 귀 기울지 않아서 망하는 한인 회사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테라노스, 위워크, 우버의 오너들은 이사회에서 해고되면서 조용히 물러나지 않고 여전히 자기들이 옳다고 언론전을 펼치고 바른말 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조용히 물러나지 않아서 더욱 비난을 샀다. 현미의 명곡 ‘떠날 때는 말 없이’에 나오듯이 물러나는 청와대 주인을 비롯한 한국의 전 정권 관계자들도 인수인계 할 때는 후임자의 성공을 빌어주고 말없이 떠나기를 바란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