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맥락(컨텍스트)이 중요하다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다수의 기독교인은 성경구절을 장식걸이로,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 놓는다. 성경구절을 수시로 보면 도움이 되기에 많이들 그렇게 한다. 당연히 기독교인에게는 신이 인간에게 준 책, 삶의 원리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성경 말씀이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맥락(컨텍스트) 없이 어느 한 구절을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벽걸이로 붙여 놓는 구약성경 구절 중 하나가 예레미야 29장 11절이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이 구절을 컨텍스트 없이 받아들이면 마치 신이 오직 평안과 소망과 행복만 누리게 해 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 구절은 "이스라엘의 만군의 여호와께서 내가 예루살렘에서 바빌론으로 망명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르시되…(예레미야 29:4)”라는 컨텍스트 하(下)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포로로 끌려가 거의 노예같이 살고 있는 이스라엘 민족을 향한 메시지란 뜻이다. 같은 장 10절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70년간 바빌론에서 유배된 후에 하나님이 구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예레미야 29장 11절만 쏙 빼서 삶에 적용하면 안된다. 또, 이 구절을 인용해 곤경에 처한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도 조심스럽게 해야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사람을 격려해 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맥락없이 한 구절을 뽑아 마치 예언하듯 선포하는 것은 무책임한 언행이다.
신약에도 자주 남용되는 구절이 있다. 바로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란 빌립보서 4장 13절의 말씀이다. 이 구절도 컨텍스트 없이 삶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만약 누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며 이 구절을 외치면 갑자기 날개가 쑥 뻗어나와 새같이 날 수 있을까? 아니면 천사가 나타나 구해줄까? 물론, 하나님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뛰어내린 사람을 구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빌딩 옥상에서 점프하는 사람이 빌립보서 구절을 외쳤다고 해서 신이 그를 꼭 구해줘야 할까? 점프하는 그 자체가 말씀을 제대로 이해한, 올바른 신앙에 근거한 행동일까? 아니다. 오히려 신을 시험하는 무모한 짓이라 생각한다.
빌립보서 구절의 컨텍스트는 바울 사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가난도 잘 견뎌낼 수 있고, 경제적으로 넉넉해도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족할 수 있다는 고백이다. 이 컨텍스트 없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란 말을 아무 때나 주문같이 외우며 기적을 바라는 것은 광신자나 하는 짓이다. 만트라같이 그 구절을 외울 때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면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마술램프의 요술사를 부려먹는 것이다.
참고로 기독교의 신은 창조의 섭리 가운데 과학적(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법칙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인간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그 법칙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새로운 원리나 팩트를 발견하면 할 수록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과학자가 늘어가고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런 법칙에 어긋나는 기적을 빌립보서의 말씀을 암기하며 찾거나 신에게 요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빌립보서의 말씀이나 비슷한 구절을 주문같이 외우며 신에게 기적을 행하라는 요구는 건강한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컨텍스트를 필요로 하는 성경구절이 많기에 말씀을 잘 이해하고 잘 적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성경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는 사역자와 목사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성경의 하나님을 요술램프의 마술사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에, 더 나아가 이단과 광신자가 말씀을 교묘히 남용해 가난하고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을 착취할 수 있기에 성경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사와 사역자가 많아야 한다.
맥락이 중요하다. 맥락없이 특정 구절을 주문같이 사용하지 말자. 복음이, 기독교가 욕을 먹지 않게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 정확히, 더 깊이 알아가고, 적절히 적용해 올바른 성도의 삶을 살아가자. 기독교학교 교장으로서 다음 세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도해 그들이 실력은 물론, 성경 말씀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 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