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치열한 사립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종합평가를 실시하는 사립대 입시에서 추천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비리그 코넬대 캠퍼스. /Cornell University
대학입시에서 추천서의 중요성
대규모 공립대는 추천서 요구하지 않는 경우 많아
성적표에 나타나지 않는 지원자의 강점 부각시키는 역할
미국 대학입시에서 많은 대학들이 최소한 한 개 또는 두 개의 교사 추천서와 카운슬러 추천서를 요구한다. 일부 대학은 또래 친구나 코치 등 제 3자가 쓰는 추가 추천서를 받기도 한다. 추천서의 내용은 지원자가 컨트롤 할 수 없다. 또한 추천서를 제출하기 전에 지원자가 내용을 직접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조금 긴장되는 면이 있다. 또한 이런 의문도 들 것이다. 추천서가 대학 입시에서 정말 중요할까? 더구나 원서에 이미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이 포함되는데 말이다. 간단히 대답하자면 추천서는 중요하다. 대학이 지원자의 합격여부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는 많은 요소들 중 추천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원자에게 추천서가 더 중요할까
규모가 작은 사립 대학, 그리고 종합 평가(홀리스틱 리뷰)로 심사하는 대학에 지원할 때 추천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된다. 이런 대학들은 입학사정관들이 추천서를 꼼꼼히 읽어볼 가능성이 높다.
원서접수 시즌이 되면 대학들은 미래의 학생들에 대해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된다. 규모가 작은 대학은 지원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심사해야 할 원서의 양이 많지 않다. 이런 대학들은 시간을 들여서 추천서를 읽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종합평가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런 대학은 입시에서 숫자로 나타나는 성적만 보지 않는다. 하나의 사람으로서 지원자를 전체적으로 심사하는데 특별히 가치를 둔다. 추천서는 지원자의 강점과 배경, 인간적인 특질 등에 대해 대학들이 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다.
나를 잘 아는 교사가 강력한 추천서를 써준다면 대학은 단순히 숫자를 넘어서 한 사람의 학생, 그리고 하나의 전체적인 사람으로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다. A, B, C 등 레터 그레이드가 찍힌 성적표보다 교사들은 나의 학업적 능력과 잠재력에 대해 추천서를 통해 더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
또 교사들은 학생의 도덕성이나 진실성 등과 같은 인간적인 특질에 대해 말해줄 수 있다. 이것은 대학들이 크게 가치를 두는 것이지만 성적표를 통해서는 완전히 드러나기 어려울 수 있다.
입시경쟁이 매우 치열한 대학에서는 추천서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엄청난 지원자가 몰리는 엘리트 대학들은 지원자 대부분이 훌륭한 자격을 갖춘 학생들이다. 고등학교 성적이 우수한 것은 물론이고, 학업이나 과외활동 성취도가 높다.
이런 지원자 풀 가운데 누가 더 돋보이는지 파악하려면 학업성적 만으로는 어렵다. 이럴 때 추천서가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대학들은 지원자가 단지 고등학교 생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지원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은 이에 더해 지원자가 지적인 호기심, 자신의 열정에 대한 헌신 같은 개인적인 특징을 가졌는지, 그리고 대학이 제공하는 모든 기회를 잘 활용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인지 파악하고 싶어한다.
◇어떤 지원자에게 추천서가 덜 중요할까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고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대학에서는 추천서의 중요성이 덜하다.
이런 대학들은 추천서까지 꼼꼼하게 심사할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추천서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적인 추천서는 이런 대학의 입시에서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추천서는 진짜 사람이 읽어야 한다.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이 말은 대학 입장에서 비용이 더 든다는 뜻이다. 입학사정관을 더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자 수가 엄청나게 많고 규모가 큰 대학에서는 수많은 추천서를 일일이 읽어볼 스태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특별히 주목할만 하지 않은’ 추천서는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천서는 본래 긍정적인 내용을 담도록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거의 모든 추천서가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긍정적이지만 그닥 강력하지 않은, 평범한 추천서는 입시경쟁이 치열한 대학의 입시에서 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부정적인 추천서는 다르다. 지원자 수가 많은 대학에서조차 부정적인 추천서는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의 추천서는 긍정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추천서가 지원자에 대해 부족한 특질, 부정적인 특질을 담고 있다면? 대학은 이것을 빨간 신호로 여길 확률이 높아진다. 부정적으로 묘사된 지원자를 굳이 합격시킬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모가 큰 공립대학 중 일부는 입시에서 추천서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수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