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심으로 재 결집하는 복음주의 개신교
미 복음주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방문해 기도하던 모습 ©백악관
'정치적 올바름'에 염증…지난 대선보다는 약할 듯
이른바 신사도 운동 사역자들과 거리 둬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과거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복음주의 개신교인들 사이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던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현지 복음주의 교계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그것이 대선에서 그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며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에 염증을 느낀 복음주의교계가 미국의 전통 개신교 가치의 편을 드는 트럼프에게 열광했다는 분석이었다. 이에 부응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보수적 정책을 펼쳐 복음주의 개신교계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재임 시 백악관 인근 성요한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었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트럼프는 복음주의 개신교계 유권자 사이에서‘대체 불가능한’ 정치 지도자 지위에 다시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16년과 2020년 같은‘절대적 지지'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절대적 지지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부터였다. 사두 선다 셀바라지(Sadhu Sundar Selvaraj), 케빈 제다이(Kevin Zadai) 등 이른바 ‘신사도 운동’사역자들이 앞 다투어 트럼프의 당선을 예언했던 일이 컸다.‘신사도 운동’이란 초대교회 사도가 지금도 존재한다며 ‘사도’들을 세우고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이후 사실상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은 신사도 운동가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데 그 이유가 이른바‘직통계시’때문이다.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들의 예언을 믿고 기도했다가 패배를 맛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피습을 당하자 곧바로 브랜든 빅스(Brandon Biggs)라는 신사도 예언사역자의‘트럼프 피습 및 당선 예언’영상이 개신교계에 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번에도 부정선거가 일어날 것이라며 기도하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한편으로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이 대선 승리를 위해 본격 결집하고 있다지만‘최선’이라기 보다는‘차선’이라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있다. 트럼프가 개신교에 우호적인 모습과는 별개로 대통령으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고, 그의 관련 행보는 단지 ‘표’를 위한 정치적 행동일 뿐 진정 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이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종교 보다는 정치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약 4분의 3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갈수록 미국에서 개신교 신자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세기 중반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68%가 개신교인이라고 답했지만 2022년 갤럽 조사에서는 같은 대답이 34%에 그쳤다. 또 2021년에는 역대 최초로 미국인 중 개신교 소속 신자 비중이 절반 미만으로 떨어졌다. 공화당 지지 층에서도 마찬가지다. 2008년에는 공화당 지지 층의 절반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교회에 나갔지만 2022년에는 절반 이상이 1년에 한 번 이하로 교회에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학자들 역시 복음주의 유권자층들의 성격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음주의 개신교계의 영향력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코럴빌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에서 27세 복음주의 개신교인인 조엘 테니가 "이번 선거는 영적 전쟁의 일부"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에서 악을 부추기던 모든 자들에게 징벌이 있을 것"이라고 외친 뒤 미지근하던 청중들이 열광으로 변한 것이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