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는 말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신들의 폭포'라 불리는 아이슬란드의 고다포스. 핀란드 헬싱키의 러시아 정교 성당 앞에서 한 컷. 발틱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의 리가 타운홀 광장의 첼로 연주. 체코 칼로비 바리의 1700년 대 지어진 그랜드호텔 펍. 중세도시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구시가 전경.(위에서부터)
[나의 여행기: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 가족여행]
물과 불, 빙하의 땅 아이슬란드와
중세가 살아 숨쉬는 발틱 3국을 가다<하· 끝>
스코가강 따라 걷는 5마일 트레일
무수한 폭포를 보며 걷는 '인생샷'
솔헤이마요쿨 빙하 걷는 특별체험
고래관광으로 유명한 후사비크
헬싱키와 발틱 3국 자동차로 여행
오스트리아 찍고 체코 프라하 섭렵
지난주 아이슬란드 여행에 이어 오스트리아와 체코까지 18박19일 일정으로 북유럽을 돌아 본 여정과 소감을 미주조선일LA 독자들과 나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빙하 체험
정말 아이슬란드는 물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빙하가 많아 그렇겠지만 곳곳에 강이 있고 폭포가 걸쳐 있었다. 스코가포스(Skogafoss)는 스코가강을 따라 있는 수많은 폭포 중에 마지막에 위치한 가장 큰 폭포이다. 나는 이 트레일이 아이슬란드 최고의 등산로라고 생각한다. 등산로는 물길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파른 계단길. 힘들지만 오를 만한 가치가 있던 트레일이었다. 폭포 옆 계단을 올라가 강을 따라 5마일쯤 걸었다. 위에서 크고 작은 무수한 폭포를 보며 걷는 길. 멋지다는 말을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시간이 있다면 계속 걸어가고 싶었지만 아쉬웠다.
우리가 찾은 피아드라르글류푸르(Fjaorargljufur) 협곡도 신비로운 계곡이었다. 이 계곡은 캐나다 유명가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뮤직비디오 “I'll Show you”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 1.2마일(2km) 길이의 협곡은 약 300피트쯤 되는 좁은 절벽 사이로 구불거리며 이어지고 있다. 200만년 전인 빙하시대에 시작하여 물길에 의하여 깎기고 다듬어진 협곡. 현재도 침식이 계속되어 협곡 모양은 계속 변하고 있다. 갈라진 듯한 계곡 바닥엔 피아쓰라강이 흐르며, 조각가들이 만든 것처럼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었다.
이날 묵은 곳은 글레셔라군포스호텔(Fosshotel Glacier Lagoon)이었는데 황량한 빙하지역에 있었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었지만 비싼 물가답게 고가의 숙박료였다. 근처에 푸드트럭도 없어 호텔 식당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방 하나에 무려 550달러를 차지한다.
이튿날 4시간쯤 빙하 하이킹을 체험했다. 전문회사와 조인하여 장비를 착용한 후 솔헤이마요쿨 빙하 위를 걸었다.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하이킹 부츠와 장갑이 지급되었다. 강사는 크램폰을 착용하고 걷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빙하를 걸어 올라가 빙탑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흥미로운 체험이었지만 알래스카 빙하를 체험한 우리에게 놀라운 풍경은 아니었다. 알래스카 빙하는 공해가 없어 순백색이지만 이곳은 화산재가 있어 깨끗하지도 않았다. 아래에 있는 빙하호수에서 카약을 타기로 했는데 날씨 관계로 취소되었고 여럿이 승선하는 조디악 큰배를 탔다. 조각난 빙하들이 호수에 떠 있고 화산이 만든 까만 모래사장, 다이아몬드비치에 널린 빙하조각은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화산이 만들어 낸 협곡과 황량함
스터드라길캐년(Stuolagil Canyon)은 앞서 말한 LA근교 데블스 포스트파일(Devil's Postpile)과 같은 현무암 암석이 형성시킨 협곡이다. 데블스 포스트 파일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현무암 기둥과 빙하가 만든 멋진 청록색 강. 이런 풍경이 아이슬란드의 숨겨진 보석찾기라 할 것이다.
미바튼호수 근처에 위치한 흐베리르(Hverir)는 황량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이곳도 앞서 봤던 게이시르 지열지대와 같은 유형이다. 옐로우스톤공원처럼 활발한 지열 활동이 있어 사람들에게 다른 행성을 탐험하는 느낌을 주는 곳. 지구의 지질학적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화산지역답게 유황 냄새가 많이 나고 생물이 살지 않는 황량함이 독특한 풍경을 보여줬다.
‘신들의 폭포’라 불리는 고다포스(Godafoss)
이 근처의 데티포스(Dettifoss)도 빼놓을 수 없는 폭포였다. 이 폭포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에 자리한다. 우리는 이 폭포 동쪽 림(Rim)으로 걸었다. 폭포 높이가 44미터, 넓이는 100미터에 달한다. 초당 50만 리터를 뱉어내는 이 폭포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 데티포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인 바트나요쿨에서 흘러나온다. 강력한 빙하 강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1마일쯤 더 가면 셀프스 폭포가 나온다. 만약 동쪽 림이 아닌 서쪽 림(Rim)으로 간다면 볼 수 없는 폭포였다.
다음 찾은 곳은 크라플라(Krafla) 칼데라-비티는 코발트색의 호수가 있는 분화구. 크라플라산은 화산으로 현재도 활동하는 활화산이다. 1700년부터 1980년대까지 약 300년간 벌어진 화산활동으로 인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곳은 용암이 대량으로 분출되어 형성된 용암지대도 있지만, 원래는 백두산이나 한라산 정상부처럼 칼데라이다. 지금의 코발트색 칼데라 호수는 1729년의 대분화로 형성되었다. 그 이후로도 이 산에서는 계속 용암 분출이 있었다. 마지막 분화는 1984년에 있었으며, 지금도 화산활동 중이라는 곳. 하와이 빅아일랜드처럼 곳곳에서 분화구를 볼 수 있는 지형이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아이슬란드 관광의 주류는 폭포라 할 수 있다. 고다포스 폭포를 찾았다. ‘신들의 폭포’라 불리는 고다포스는 아이슬란드의 가장 상징적인 자연 보물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토착 미신을 믿고 있었다. 그 종교의 지도자가 이전에 믿고 있던 북유럽 미신 동상을 이 폭포에 던지며 기독교로 개종했다. 웅장한 아름다움과 함께 종교 이야기가 깃든 폭포. 이 폭포는 아이슬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강인 스칼판다플요트가 만들었다.
이 땅에 정착한 바이킹과 토종말
북동부에 위치한 작은 해변마을 후사비크(Husavik)는 고래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엄청난 수의 고래로 인해 아이슬란드의 고래 관찰 ‘수도’로도 불린다. 사위 샘과 아이들은 고래 관찰 투어를 떠났고 역시 많은 고래를 보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묵은 호텔 가까운 곳에 키르큐펠(Kirkjufell) 산이 있었다. '교회의 산' 이라고도 불리는 키르큐펠은 끝이 뾰족한 독특한 모양의 산봉우리였다. 이 산은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명소로도 불린다. 뾰족한 정상 산봉우리가 마치 교회를 닮았다고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그럴 듯했다.
사위와 아이들은 말을 타러 떠났다. 화산으로 생성된 특유의 지형만큼이나 아이슬란드 토종말도 특이하다. 바이킹 조상이 이 섬에 정착하러 왔을 때 함께 배를 타고 온 말이 이곳 토종말. 바다에 고립된 아이슬란드 토종말은 외지로 반출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인들 가슴 속에 토종말은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다. 우리는 펄란(Perlan) 전망대를 끝으로 섬 일주를 마치고 레이캬비크로 귀환했다. 렌터카를 반납하며 보니 우리는 열흘 동안 2,435km를 달렸다. 미국보다 3배나 비싼 랜터카를 혹사한 셈이었다.
헬싱키로 떠나다
이튿날 오전 7시 30분, 아이슬란드 항공편으로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다. 같은 북유럽이라도 비행시간이 3시간 반이나 걸린다. 헬싱키 구도심에 자리한 호텔 세인트조지에 여장을 풀었다. 헬싱키 도심 중심부에 있는 독특하고 우아한 호텔이었기에 헬싱키 대성당 같은 유적을 도보로 방문할 수 있다. 우리는 보트투어에 나섰다. 보트는 헬싱키 해안의 유적을 방문하는데, 그 중 오래된 요새인 수오멘린나(Suomenlinna)가 위치한 6개의 섬이 특이했다. 1748년 핀란드를 지배하고 있던 스웨덴이 러시아 제국의 팽창주의 정책에 맞서기 위해 만든 요새였다.
1918년 핀란드가 독립한 이후부터 ‘핀란드의 요새’라는 뜻의 수오멘린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 헬싱키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이고,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관광선은 ‘데게로운하’를 거쳐 동물원도 경유했다. 재미있는 오디오 해설을 들으며 헬싱키의 아름다운 바다와 운하를 따라가는 수상투어는 볼 만했다.
중세가 살아 있는 발틱 3국
이튿날엔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가는 페리에 승선했다.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역사가 오래된 아주 고풍스러운 도시. 발트해를 가르는 페리를 타고 2시간반 후에 도착한 탈린의 구시가지 건물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호텔에 여장을 푼 후 고풍스러운 구시가지 관광에 나섰다. 탈린 구시가지의 중심은 화려한 중세 건물로 둘러싸인 시청 광장. 광장을 거쳐 마스터스 코트야드(Meistrite Hoov)와 성 캐서린의 통로를 만났다. 헬만타워와 성벽 산책로도 볼 만한 명소였다. 예전의 성문이었던 비루 게이트가 보였다.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도시 중 하나가 탈린이라는 말을 알 것 같다. 발티잠 시장과 코투옷사 전망대와 성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성당을 방문한 후 니굴리스트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보다는 유적 찾는 걸 선호하는지 나 혼자 입장했다. 나는 박물관이 그 나라 역사와 문화를 함축해 놓은 보석 같은 장소라 생각한다. 이튿날은 차량을 렌트했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 리가(Rīga)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리가까지 4시간30분이 걸렸다. 리가는 라트비아 인구 1/3이 모여 사는 명실상부한 라트비아의 최대도시. 발트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 리가. 우리는 그랜드호텔 켐핀스키(Grand Hotel Kempinski)에 체크인을 하고 투어에 나섰다.
리가 중앙시장과 유명한 라이마 시계, 그리고 라트비아 국립오페라극장과 자유기념비를 방문했다. 바스테이칼른스공원과 고양이 집도 방문하고 야곱의 막사도 찾았다. 리가 중앙시장은 2차 대전 때 독일이 점령해서 지은 비행선 격납고 6개를 개조해서 농수산물을 파는 곳이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모든과일 채소 육류 치즈 및 특산물을 파는 재래시장이다. 관광객보단 현지인이 많았다. 타운 홀 광장 앞에서 첼로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음날 리가를 떠나 3시간반 운전 후에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니우스에 도착했다. 중심지에 위치한 그래드호텔에 묶었고 모든 관광지를 도보로 가능했다. 에스토니아에서 빌린 자동차는 바로 리턴했고 다음 날 우버로 공항을 가기로 했다. 발틱 3국을 차로 다니고 마지막 리투아니아 나라에서 돌려 준 것이다. 빌니우스성당과 광장을 보고 빌니우스대학과 듀크가 사는 궁도 방문했다. 번화가 식당 정문을 큰 꽃 모양의 조화로 꾸민것이 특색이었다. 벽돌로 지어진 유명한 성안나교회도 찾았다. 마돈나상이 있는 성당을 들어가 보았다.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는 마돈나상을 보러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리도 각자 소원을 빌었다. 필리에스와 리뎌라투 길은 많은 상점과 식당으로 차 있다.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가다
다음날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가는 항공편에 탑승했다. 오스트리아에는 누님이 살고 있었다. 덕분에 비엔나는 자주 방문해서 관광할 필요가 없었다. 차를 빌려서 3시간30분 동안 체코의 프라하로 이동했다. 구시가지를 돌아보았다. 구시가 광장은 이름 그대로 프라하의 오랜 광장. 직사각 형태의 광장에는 주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 12명의 사도와 함께 3시 방향에 천문시계가 치는 모습, 시청, 틴 앞의 성모교회, 성 니콜라스 교회, 얀 하스 동상. 성 찰스 브리지가 지척에 산재해 있다. 관광 트롤리를 타고 유대인 지구, 소시가지 광장, 로레토 성지 들을 둘러보았다. 과연 유럽의 노천 박물관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프라하는 아주 예스러운 관광지였다. 성 마리아 막달레나 교회, 괴테의 전망대, 성 베드로와 바울 대성당. 그리고 파우더 타워 게이트, 천문시계가 7번 울리는 타운스퀘어 광장도 둘러 보았다.
프라하로부터 두 시간 정도 거리의 유명한 온천 도시 칼로비 바리(Karlovy Vary)를 찾았다. 이곳은 14세기부터 유럽 귀족들이 찾던 유서 깊은 온천 휴양지,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다양한 온천시설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정한 그랜드호텔 펍(Grand Hotel Pupp)은 1700년대 지어졌고 유서 깊은 곳이다. 도시 곳곳에 온천물을 마실수 있게 시설이 되어있고 온천수가 알카리성 찬물에서 60도까지 돼는 더운 온천수가 나온다. 도시 전체가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답고 옛날 고풍을 간직하고 있다. 관리도 잘 되어있어 디즈니랜드에 온 기분이다. 저녁에 찾은 불란서 식당은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로 놀랬다. 불란서에서 공수 해왔다는 굴은 아주 싱싱하고 테이블 옆에서 주방장이 직접 나와 조리를 해주었다. 와인도 마셨는데도 일인당 60달러 정도라서 가격대비 최고인 것 같다. 한인타운의 갈비집보다 싼 가격으로 최고의 불란서 요리를 즐긴 셈이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프라하 식당은 관광지라 그런지 엄청나게 비쌌다. 프라하 중심지에 위치한 그랜드마크호텔에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산책을 했다. 시계타워가 있는 광장은 아침인 데도 관광객으로 꽉 차 있고 골목길에 과일 노점상이 있어 납작 복숭아 6개를 샀는데 18유로라 한다. 한 개당 3유로라니 아무래도 바가지 쓴 것 같다. 여느 관광지나 세금을 내고 와야 된다고 하니 싼 세금 내고 왔다고 생각했다. 비엔나로 돌아와서 식구들과 모여서 저녁을 하고 다음날 새벽 비행기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LA로 돌아왔다. 지난 번 히말라야 여행기도 예쁘게 맵시있는 글솜씨로 도와 준 데미 김씨가 이번 여행기도 손을 봐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