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줄탁동시’(啐啄同時)
김영균
팝 아티스트
창조주는 모든 만물들에게 살아 갈 수 있고 보호 받을 수 있는 정확한 계산을 해서 짜맞추어 놓은 것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줄탁동시’가 그렇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닭은 영물이다. 날짜도 모르고 시간도 모르는데 수탉은 새벽에 제 시간에 홰를 치고 암탉은 따뜻한 가슴에 알을 품어 어김없이 21일이 되면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이때 계란 속에서 병아리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톡톡 노크를 한다. 이때 병아리가 톡톡 부리로 쪼는걸 ‘줄(啐)’이라 하고 그 소리와 함께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탁탁 쪼는걸 ‘탁(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줄’과 ‘탁’이 동시(同時)에 이루어져야 비로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21일이 되기 전에 어미 닭이 계란을 쪼아 도 병아리가 되기 전이라서 죽어버리고 21일이 넘어서 늦게 쪼아도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니 참 신비롭다. 이처럼 무엇을 배우든지 배움도 좋은 만남의 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자식들 다 키우고 잘들 살고 걱정이 없으니 이제 뭘 좀 배워야겠다고 필자를 찾으시는 분들이 있다. 젊어서 못 배워 보았으니 이제라도 피아노를 배우시겠다는 건데 매우 좋은 일이다. 이때에도 선생과 제자는 ‘줄탁동시’와 같이 일치해야 잘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선생이 아무리 잘 가르쳐도 학생이 그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역시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때를 잘 타서 어떤 선생을 만나느냐 하는 것이 ‘줄탁동시’ 처럼 배움에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배워서 남에게 자랑하려고 음악을 해서는 안 된다. 나의 정체성을 느끼며 음악을 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방송 '김영균의 음악세상'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