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들 버스 놓친다 하니… '모세의 기적' 일어났다
AA여객기에서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다른 승객들의 배려를 받아 먼저 내리고 있다. /김은중 특파원
워싱턴DC 도착 AA 여객기
승객들, 생도들 먼저 나가도록 배려
지난 19일 댈러스 포트워스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아메리칸항공 AA2752편 안.
착륙 직전인 오후 10시 50분쯤 이런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승무원은 “고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후보생들을 위해 큰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이어 “특별히 부탁드릴 것이 하나 있다”며 “후보생들이 오후 11시 30분까지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걸 놓치면 다음 날 아침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먼저 나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항공기 안의 전체 160여개 좌석 중 절반이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었다. 사복과 정복이 뒤섞여 있었지만 하얀색 정모(正帽)를 들고 있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승무원은 “후보생들은 손을 들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후 11시쯤 비행기가 레이건 워싱턴 국립공항에 내리자 기내에서는 ‘모세의 기적’이 벌어졌다.
일반석은 물론 기내 가장 앞부분에 있던 1등석의 승객 10여명도 생도들이 먼저 개인 수하물을 챙기고 비행기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먹통’으로 미국 내 주요 공항 곳곳에서 항공 대란이 벌어졌고, 이 비행기도 30분 가까이 연착됐다.
아침부터 비행편이 취소돼 가까스로 워싱턴행 막차 티켓을 거머쥔 이들도 많았지만, 짜증이나 불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도 한명 한명이 복도로 걸어나올 때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이들은 부끄러운 듯 “고맙다”고 말하며 비행기를 떴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