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있지만 의료혜택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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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있지만 의료혜택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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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사지마비 된 이용삼씨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 왼쪽은 아내 김미자씨 / 김미자씨 제공

이용삼씨가 침상에 누워있는 모습     / 김미자씨 제공

 

신혼 6년차 때 남편 큰 교통사고 당해 

머리 다치고 사지마비로 17년째 병상

아내 김씨 대소변 받아내며 지극 간호  


메디켈있지만 항생제치료 너무 비싸 

장애인 이동수단도 ‘있으나 마나’

비영리 의료 및 지원단체 도움 절실



“30분 뒤면 도착한다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17년 전 일이다. 친구들과 헤어져 곧 집으로 갈 것이라는 남편의 피곤한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그 오랜 세월 지극정성 손과 발이 되어준 아내 김미자씨의 이야기다.


지난 2006년 7월 17일 오전. 테네시주 셸비빌에서 도넛가게를 운영하던 김씨의 남편 이용삼씨는 큰 사고를 당했다. 집으로 가던 길에 졸음운전으로 하이웨이 언덕 밑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이씨는 머리를 비롯해 몸 여러 곳을 심하게 다쳤다. 뇌수술을 포함해 척추와 다리, 골반뼈 골절로 금속보철도 삽입했다. 의료진은 이씨가 왼쪽 뇌와 가슴 아래 사지마비라는 청천병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아내 김씨는 사고 다음날 오전 9시께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 사고 당시 34세였던 남편은 유학생 신분으로 영주권 취득 절차를 밟고 있어 가입된 의료보험이 없었다.   


사고 당일 로컬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이씨의 검사비용만 1만5000달러. 설상가상 이씨는 대형병원인 밴더빌트메디컬센터(Vanderbilt Medical Center)로 헬기가 동원돼 긴급이송됐으며, 뇌와 척추, 다리, 골반뼈 골절 대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했다. 하지만, 당시 ‘1% 소생 가능성’이라는 의료진들의 말을 딛고 이씨는 수술 후 두 달 만에 깨어났다.


아내 김씨는 “사고 후 수술비 등을 감당할 길 없어 4개월 간 병원 수납창구를 피해다녔다”며 “중환자실에 남편을 놔두고 도넛가게를 운영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 부부는 지난 2009년 병원과 의료혜택이 다양하다는 LA지역으로 이주해 올림픽 불러바드의 한 시민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느낀다. 부부는 현재 시민권자 신분이고 남편은 현재 메디캘에 가입돼 있지만, 지정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한정적이다. 65세 미만이라 메디케어 가입대상에서도 제외된다. 


LA카운티의 올리브뷰(Olive View)병원에서 13년 째 근무 중인 김보경 간호사는 이씨의 상태와 관련해 “신체적 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이씨는 폐렴 같은 위험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중증환자”라며 “폐렴의 경우, 항생제 혈관주사만 맞으면 빠르게 회복되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이 커버되지 않아 알약만 처방받고 집으로 보내지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의사처방과 간호사 보조가 필요한 항생제 혈관주사는 건 당 최대 1000달러에 달한다”며 “항생제 알약을 복용할 경우 열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합병증도 생길 수 있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이씨는 메디캘 보험을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고립된 환자인 셈이고 그런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이씨의 경우는 최소한 비영리 의료 및 자선단체의 도움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인가정상담소의 이미리 홍보팀장은 “이씨가 받고 있는 메디캘과 간병인서비스(IHSS)가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라며 “모든 비영리단체는 정부기관 그랜트를 받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인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씨는 전립선 방광염증 혹은 신장에 돌이 생겨 응급실 방문만 일곱 번을 했으며, 때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때마다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은 채 남편을 홀로 돌보고 있는 김씨가 힘겹게 간호를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역부족이다. 


김씨의 수입원은 인홈케어서비스(IHSS, In-Home Supportive Service) 간병인으로 매월 2000달러 받는 것이 전부다. 저소득층 식비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 가입은 월소득 1450달러 미만인 사람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이씨 부부는 자격 미달이다. 현재 메디캘에서 제한된 알약과 기저귀를 지원받고 있으며, 장애인선교단체에서 환자용 침대와 휠체어를 기부받은 것으로 버티고 있다. 


김씨는 “남편이 장애인으로 겪어야 하는 인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휠체어 환자라 병원방문 시엔 교통서비스 이용에 하루를 다 보내야 할 때도 많다. 메디캘 지정병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문전박대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도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게 현 의료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정부지원으로 노약자와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특별 이동수단이 되어주는 액세스(ACCESS)서비스가 있지만 들쑥날쑥한 도착시간에 기본 몇 시간씩 기다리기 일쑤다. 여러 장애인을 태우려고 '뺑뺑이' 돌리는 시간에 1분만 늦어도 그냥 가버리는 푸대접도 이씨 부부에게는 서럽다. 이웃케어클리닉 부속 버몬트양로보건센터는 몸이 불편한 65세 이상 시니어나 발달장애가 있는 성인들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장애인 교통편이 제공되지 않아 이씨에게는 있으나마나 한 서비스다. 


현재 이씨의 상태는 24시간 100% 신체적,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 손을 간신히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 몸의 다른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능은 어린이 수준인데다 말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이씨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있는 김씨는 6~7개 이불을 갈고 매일 손빨래를 해야하는 고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씨의 몸에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이리저리 몸을 돌리느라 김씨의 손가락과 발가락, 무릎, 등쪽의 관절염은 악화하고 있다.   


아내 김씨는 “그래도 주위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그 긴 세월동안 남편 간호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재 이씨는 비영리의료단체인 3C 메디컬클리닉 내과에서 정기진료 및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클리닉 내과 주치의가 정기적으로 이씨 집을 방문해 항생제와 비타민 등을 일일이 챙겨주고 있다. 김씨는 주치의의 의료적 헌신에 중증환자를 돌봐야 하는 두려움도 사라졌다며 고마워한다.  


테네시주 셸비빌에서 결혼 후 6년간 도넛가게를 운영하며,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김씨 부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모든 것을 잃었다. 현재는 매달 아파트 렌트비마저 어렵게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내 김시는 13년째 샬롬장애센터에서 간단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남편의 사고를 접한 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고통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평소 불우이웃과 장애인 지원에 관심을 표명해 온 가주 67지구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의 유수연 후보는 20일 “범죄 또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지마비 환자 지원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학인해 볼 것”이라며 비영리단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인가정상담소에서도 이씨 가족의 요청이 오면 심리상담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연락 김미자씨 (213) 215-3946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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