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내가 정말 치매일까, 걱정되나요?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혹시 자주 잊어버리거나 깜박하는 일이 많아 걱정되거나,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이 치매가 온 건 아닐까 염려하는가. 오늘은 이런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칼럼을 준비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가성 치매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간단히 말해, 치매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가성 치매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수개월 전 한 81세 어머님과 아드님께서 저를 찾아오셨다. 같은 말을 반복하시고, 냄비를 태우는 일이 빈번하고,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셔서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되신 것이다. 아드님은 치매 초기증상을 우려해 인지력 평가를 요청했지만, 필자는 어머님께서 인지력 평가를 받으시는 것을 거부했다. 왜일까? 바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몇 달 전에 남편을 잃고, 또 최근에는 낙상 사고로 인해 척추골절로 통증을 겪고 계셨다. 그로 인해 잠도 잘 못 주무시고, 몸도 많이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바로 인지력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통증 치료와 잠 문제를 먼저 해결해 드렸다. 어머님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회복되셨고, 3개월 후에 인지력 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30점 만점에 28점이 나왔다. 이는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약간의 기억력 저하일 뿐이었고,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어머님도, 아들도 모두 안심하고 기뻐하셨다.
만약 어머님께서 처음 진료 때 바로 인지력 검사를 했다면, 의욕이 상실되어 있고 집중력이 떨어져 낮은 점수가 나왔을 것이다. 그랬다면 가족과 환자 모두 더 걱정하고, 우울증이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진료 때 인지력 검사를 서두르지 않고, 아들이 어머니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기다려준 덕분에 시간이 지나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사실 우울증, 스트레스, 통증, 수면 부족으로 인해 기억력이 나빠질 수 있지만, 일시적인 증상이며, 치료를 통해 다시 좋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성 치매'라고 하는데, 과연 ‘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는 어떻게 다를까?
첫 번째로, 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인지력 저하가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는 몇 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지만, 가성 치매는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성 치매의 경우, 지남력 곧 시간이나 장소, 사람을 잘 기억하는 능력은 유지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오늘 날짜가 뭔지' 같은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는 이런 질문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답을 할 때가 많다.
세 번째로, 가성 치매가 있는 사람은 집중하는 게 어렵다. 집중이 안 되면 당연히 기억도 잘 안 나고, 외우기도 힘들다.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서 가성 치매 환자의 인지력 검사를 할 때는, 환자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방해를 없애고, 의사가 또박또박 질문을 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네 번째로, 가성 치매가 생기면 불안하거나 잠을 못 자고, 식욕이 줄어들고 의욕이 없어지는 등의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가성 치매환자는 인지력 테스트를 하면 귀찮아하거나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데, 반대로 진짜 치매 환자는 테스트에 감정과 무관하게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가성 치매 환자는 자신이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느끼고 걱정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자신의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해 걱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매 진단을 할 때는 너무 성급하지 않게 다양한 요인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성 치매가 맞는지, 알츠하이머 치매인지 정확히 구분하려면, 각종 증상과 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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