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교내 핸드폰 사용금지 늦었지만 '다행'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학생들의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린 학군이나 학교 측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학생들이 더 많이 대화하고, 표정도 밝아지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는 연구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교내 핸드폰 사용이 학업과 대인관계에 부정한 영향을 끼친다는걸 꼭 학술적 연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을까?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핸드폰 사용을 아예 처음부터 금지했었어야 함을 잘 알고있다. 즉, 현장에서 매일 학생들과 씨름하는 교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핸드폰 금지 방침을 초기에 내렸을 것이다. 학교와 학군이 십여 년간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사실 실망스럽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지 않은가?
핸드폰에 관련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도중에 SNS를 사용한다. 핸드폰으로 숏폼(Short Form; 짧은 형식의 콘텐트)을 몰래 보거나, 더 나아가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의 승인없이 수업시간의 일부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특히 웃음거리가 될 만한 동영상(예: 수업시간에 잠을 자다 침을 흘리는 학생, 꾸중을 듣는 상황)이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내용을 SNS에 올리는 짓궂은 학생들이 있다. 그런 내용이 삽시간에 퍼져 친구나 교사에게 큰 피해를 주면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으로 취급해야 한다. 그런데, 성인이라면 법을 적용해 책임을 묻고 체벌할 수 있지만, 청소년이기에 일반법을 적용하지 못한다. 그저 주의를 주는 것으로 흐지부지 끝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업시간이나 점심시간, 그리고 다음 수업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채팅을 하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화장실에서도 게임을 한다. 그러려고 자꾸 속이 아프다고, 화장실에 가야한다고 거짓말도 한다. 그런가 하면 수업 중 두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연기'를 하며 머리를 숙이고 몰래 핸드폰을 무릎에 놓고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학생도 있다. 일반 학교의 경우 한 반에 25~30명의 학생을 교사가 일일이 다 체크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좀 더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하는데, 시험을 치르거나 숙제를 할 때 핸드폰을 사용해 정답을 알아내는 부정행위, 즉 치팅(cheating)을 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앱을 사용해 문제의 답은 물론 리포트나 논술까지 쉽게 제작해 낼 수 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실력을 키울 생각보다 점수와 결과에만 포커스를 두고, 노력도 하지않고 좋은 성적을 얻으려는 것은 도둑의 심보와 다를 바 없다. 핸드폰은 이런 그릇된 목적을 이루게 해 주는 '나쁜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
이 외에도 수업 도중 전화가 걸려와 벨이 울릴 때도 있고,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하다 버럭 짜증을 내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별에 별 일이 다 벌어진다.
핸드폰을 잘 사용하면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 신기술이나 최신 도구 사용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이 정보를 접하고 검색하는 것을 가능케 해 주었지만 성인물, 게임, 폭력적 영상 등 사람의 마음을 썩히기도 하기에 인터넷이든 핸드폰이든 신기술 및 새로운 도구 사용은 조심스럽게, 점진적으로 해야한다. 특히 핸드폰은 몰래 은밀히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이기에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된다. 핸드폰은 컴퓨터나 노트북과 비교해 부모나 교사가 관리하기 어려우며, 청소년은 절제를 잘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핸드폰을 공부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핸드폰은 학생의 배움과 학업 발전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 이미 정보검색은 컴퓨터로 다 할 수 있고, 핸드폰을 꼭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핸드폰은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SNS 사용, 게임, 텍스팅 및 여러 앱(app)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주 요인들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와 여러 앱의 지속적인 사용이 불안, 우울증, 자존감을 저하시키기에 휴대폰 사용을 금하면 스마트폰 중독과 정신건강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5년간 교장으로서 핸드폰 사용에 대해 명확한 규칙을 정하고 지켜왔다. 일단 캠퍼스에 발을 디디면 학생들은 핸드폰을 꺼 놓아야 하며, 하교 후 캠퍼스를 떠나기 전까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만약 핸드폰을 학교에서 사용하다 들키면 기기를 압수하고, 두세 번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부모와 면담을 통해 장기적 해결책을 찾는다. 이런 규칙은 학생을 돕기 위한 것이다. 치팅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하고 논리적인 방안이다.
왜 대다수의 학교가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을까? 학생들의 반항 때문에? 반 규모가 너무 커서? 교사가 관리를 거부해서? 학부모가 반대해서?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고, 보호하고, 질서와 정도(正道)를 유지해야 하는 곳이다. 그저 세상의 흐름대로, 학생이나 부모가 편하다고, 교사가 거부한다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그런 곳이 되어선 안된다.
교회가 병원이란 책 타이틀이 기억난다. 학교도 병원이다. 학생을 도와 잘못된 것을 고치고, 가르침과 멘토링을 통해 더욱 건강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배출해내는 곳이 학교다. 그저 성적과 학점을 주는 '공장'이 아님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