휑하니 뚫린 윌셔길의 버스 정류장. LA시가 그늘막 설치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백종인 기자

그늘막도 없는 버스정류장

LA시 "3000개 추가하겠다"

“불편함은 말도 못한다. 땡볕에서 40~50분 씩 기다려 본 사람만 안다.” 노스 킹슬리의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최기열(76)씨는 30년째 LA에 살며 206번 버스를 이용하는 단골 승객이다. 하지만, 최 씨는 100도가 넘는 폭염에도 그늘막 없는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어떤 정류장은 벤치도 없다. 서 있는 시간만 왕복으로 1시간이다. 한인타운 시니어센터까지의 버스 타는 시간은 10분도 안되지만, 기다리는 포함하면 1시간이 훌쩍 넘어간다는 얘기다.

“LA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통국 관계자조차 '배차 시간표를 믿지말라'고 하더라.” 윌튼의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추상(81)씨가 지난 달 시니어센터에서 열린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서 들은 얘기다. 김씨는 “LA 버스정류장에는 그늘막이 거의 없고, 설령 마련돼 있다고 해도 죄다 노숙자들이 점령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라고 말했다.

LA카운티와 LA메트로 탑승객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이 마련된 정류장은 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A타임즈가 1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LA카운티 교통국이 운행하는 1만2200개의 정류장 중 25% 가량만이 쉘터(가림막)가 설치됐고, 이중 절반 정도가 좌석이 마련됐다. LA시는 8000개의 정류장 중 그늘막 설치는 4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A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ETRO)의 릭 자거(Rick Jager) 커뮤니케이션 대변인은 12일 “LA지역의 보도(Sidewalk)는 LA시 정부 관할이기 때문에 LA메트로는 버스정류장의 부가시설에 대한 결정권이 없지만, 그늘막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보도를 파악하고 대중 교통 이용량, 경제적 수요 등을 기반으로 버스정류장 위치에 대해 우선순위 리스트를 마련, LA시에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시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불만 중 버스정류장의 노숙자 그늘막 점검에 대한 우려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연되는 배차 간격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다음 주 중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A시의회는 스타트업인 트란지토(Tranzito)-벡터(Vector)와 10년 계약을 통해 광고를 허용하는 대가로 3000개의 새로운 버스 그늘막을 설치, 유지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정류장에 그늘막 형태의 쉘터를 설치해, 외부를 디지컬 광고판으로 활용하게 된다. 또 내부에는 냉각 기능을 갖추고, 버스 도착 시간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설비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승객 75% 이상에게 그늘막을 제공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LA시는 버스 정류장 그늘막 설치를 위한 예산으로 2억3700만달러를 편성했으며, 광고 수익을 통해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LA시는 트란지토-벡터와 6:4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LA 대중교통 이용자의 절대다수(올해 7월 평일 평균 50만 명)가 버스를 이용하며 약 15만 명이 같은 시간에 탑승한다. 수년 동안 메트로 운송 계획자(Transportation Planners)는 벤치를 수용할 수 있는 보도조차 없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버스정류장을 배치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