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결혼 전과 결혼 후
김영균
팝 피아니스트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고 이성이 마비된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표현처럼, 연애 시절에는 상대의 장점만을 확대해서 바라보고 단점은 쉽게 간과한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서면, 보지 못했던 결점이 드러나고 그것이 갈등의 불씨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을 앞둔 이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결혼은 두 개인의 결합이자 두 집안의 만남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결정을 내리기 전, 친구나 선후배의 의견은 물론 상대 부모의 성향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특히 재혼은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 해도, 결혼 후 새로운 단점을 발견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완벽한 인간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토마스 풀러가 말했듯, 부부 관계는 한쪽 눈을 감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조화를 위해 사소한 부분을 용서하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여성이 더 현명하다. 남성과 결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철학자들이 결혼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악처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플라톤과 데카르트,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등도 독신으로 생을 마쳤다. 결혼이란 권리를 절반으로 줄이고 의무를 두 배로 늘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아르망 샤라클은 “사람은 판단 착오로 결혼하고, 참지 못해 이혼하며, 기억력이 없어서 재혼한다”고 했다. 결혼의 무게와 인간 본성의 약점을 동시에 드러낸 말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앞둔 이들은 ‘사랑의 열정’뿐 아니라 ‘이성의 절제’를 함께 가져야 한다.
결혼은 삶을 두 배 무겁게 만드는 제도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지혜와 인내를 갖춘다면, 결혼은 인간에게 가장 큰 성숙과 완성을 가져다 주는 길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전 수원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