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5월의 모퉁이에서

한남옥 (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은퇴권사)
화려한 5월 한가운데서, 나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 누군가는 손에 꽃을 들고, 누군가는 드레스를 고르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러나 나는 그 활기 속 한 모퉁이에서 눈물이 울컥 치솟았다. 왜 이 시간에 엄마가 이렇게 그리운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엄마를 천국에 보내드린 지 어느덧 1년 5개월이 지났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내 삶은 여전히 분주했다. 프롬파티를 앞둔 어느 집 딸아이의 고운 드레스를 몸에 맞게 고쳐주고, 결혼식과 졸업식을 준비하는 손님들의 옷을 손질하다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렇게 분주한 5월을 전쟁처럼 보냈다. 결국 몸살이 났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아프면 이 나이에도 엄마가 보고 싶다. 두통약을 먹고 이불 속에 파묻힌 밤, 엄마가 꿈에 오셨다.
지난 겨울 감기로 앓던 날처럼, 엄마는 조용히 오셔서 이불을 꼭꼭 덮어주셨다. “딸, 아프지 말아라.” 그 손길, 그 목소리가 어찌나 선명했던지 나는 엄마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왜 여기 있지? 천국에 계셔야지…” 내 울음에 놀란 듯, 꿈은 조용히 흩어졌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새벽이었다.
가만히 누워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는 천국에 잘 계실 것이다. 더는 아프지 않으시고, 자식 걱정도 내려놓으신 채 평안히 계시겠지. 그러니 이 그리움, 이제는 주님께 맡겨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5월엔 더 많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피곤한 하루 끝에, 문득 외로움과 그리움이 폭풍처럼 밀려드는데,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사람들, 혼자 살아가는 이들, 전쟁이나 질병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어떨까? 온 세상이 웃음 짓는 듯한 이 달에, 그들이 느끼는 고요한 눈물은 얼마나 깊을까?
그리고 보니, 월요일이 '메모리얼데이'이었다. 별무리처럼 늘어선 국립묘지의 흰 비석들 아래, 수많은 이들이 묻혀 있다. 그곳에 누워 있는 수많은 가족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들 역시, 5월의 모퉁이에서 조용히 울고 있을 것이다.
5월은 그렇게 웃음과 행복만이 가득한 달이 아님을 깨닫는다. 화려한 5월 뒤편엔 외로움이 피어나고, 잊히지 않는 그리움도 흐른다. 그러니 나는 오늘 모퉁이에 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주님, 사막의 찬바람 속에 밤을 지내는 이에게 이불을 덮어주세요. 꿈속에서라도 외로움에 울고 있는 이를 꼬옥 안아주세요. 그리고 그 품이 천국의 품과 닮았다고 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