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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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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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故) 김춘근 장로님 추모 예배(Memorial Service)에 참석했다. 김춘근 장로님은 미국의 여러 대학 교수이자 자마(JAMA)설립자로 미국의 부흥을 위해 기도했던 기도의 사람이요 젊은이에게 꿈을 심어준 멘토로 살았다. 추모 예배는 장로님의 아름다운 흔적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눈물이 많아 이런 예배에서는 거의 항상 눈물을 흘리는데 이번 추모 예배에서는 눈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조사 및 추모사 그리고 설교 시간에 큰 은혜가 있었고 고인의 삶에 대해 부러움과 존경 그리고 감사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더 나아가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유족들의 추모사 시간이 참 좋았다. 아버지와 남편을 보낸 슬픔을 누르며 담담히 토해내는 사랑과 존경의 고백은 큰 울림이 되었다. 고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고인이 참 잘 사셨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추모 예배의 클라이맥스는 남편을 향한 존경과 사랑을 가득 담은 김교수님의 아내 김권사님의 추모사였다. 권사님은 담담하게 장로님의 귀한 인생을 그려 주셨다. 김장로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마음에 담고 돌아올 수 있었다.

   몇 주 전 어느 교회의 마지막 예배에 참석했다. 후임 목회자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담임 목사님께서 은퇴하시며 교회를 정리한 것이다. 함께 지내온 세월을 돌아보며 마지막 예배를 드리는 것이 보기 좋았다. 목회자는 성도를 축복하며 계속 주님을 섬기기를 권면하였고, 성도들은 목사님과 사모님의 수고와 사랑에 감사하면서 남은 세월을 축복하며 응원했다.

   교회의 마지막 예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교회가 문을 닫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멈춰야 할 때를 알고 그 멈춤을 실천하는 것이 지혜롭게 보였다. 그들의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지혜를 배우고 싶다. 이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 목회자와 성도들의 지혜가 보였다. 힘차게 달려온 목회자와 성도들이 정리하는 마지막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다.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 외에는 모든 일에 마지막이 있다. 사역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죽음을 향한다. 사역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사역은 마지막이 있다. 이래서 우리는 모두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을 알고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이다. 짧은 인생을 영원히 살 것처럼 무리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찰나와 같은 권력을 갖고 그 권좌가 영원할 것처럼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영원한 하나님의 시점에서 인생이나 권력을 보면 그야말로 무상하다. 인생무상이고 권력 무상이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28세 때 사형 선고를 받았다. 사형집행 직전 황제 특사로 살아남았고 그는 다시 얻은 인생의 기회를 값지게 살았다. 그는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였고, 통찰력이 있는 명작을 남겼다. 그래서 그는 역사에 길이 남는 대문호가 되었다. 또한 죽음의 순간을 하나님 뜻으로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했다.

   인간의 탐욕과 교만은 삶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교만은 가진 것을 자랑하고 과시하느라 여념이 없다. 탐욕은 권력과 소유를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게 한다. 지혜는 돈과 권력의 한계를 알고 삶의 본질을 보게 하고 속도를 조절하게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끝이 있는 삶의 본질을 깨닫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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