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보수의 정의와 관점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교육이야기] 보수의 정의와 관점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10여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천 명이 모인 찬양집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그 당시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진보와 보수 논쟁이 한창이었다. 종교인 가운데도 대다수의 젊은이가 자신들은 쿨(cool)한, 시대에 맞는 진보라 자칭했고, 보수는 다 꼰대라 여겼다. 


거의 한 시간 동안 모두 열심히 찬양을 부른 뒤 강단에 서게 되었고, 간단한 인사와 소개 뒤 “여러분, 나는 보수입니다”라고 했더니, 조금 전까지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란 환영의 노래, 박수, 그리고 환호로 반겨주던 사람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때 나는 보수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진정한 보수는 보존할 것은 보전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즉, 변화를 거부하는 지킬 보(保), 지킬 수(守)가 아니라, 지킬 보(保)와 닦을 수(修), 즉 “수정(修正;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고침)”할 때 쓰는 “수” 자를 써야 한다고. 그랬더니 굳은 얼굴이 풀렸고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그 표현이 맞다고 생각한다. 


보수라고 다 변화를 거부하는, 생각이 얕은 “꼴통”이 아니다. 보수의 기본적 입장은 변화를 추구할 때 조심스럽게, 더 많이 생각하고 토론한 뒤 점진적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지키고 보존하자고 고집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게 정통 보수의 생각이라 확신한다.


그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의 영역에 대한 보수의 입장은 무엇일까? 


첫째, 전통을 존중하고, 특별한 이유나 사유가 없다면 기존의 제도, 관습, 또는 전통을 보존해 사회나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도덕 및 사회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가족 구조나 사회 규범을 훼손하는 급격한 변화나 정책에 반대하고 변화의 속도를 늦춘다.


둘째, 정부의 역할이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정부의 권력을 견제하고, 정부의 끊임없는 확대 및 확장을 제한하며, 불필요한 정부의 기능을 줄인다. 또 자유 시장 및 경제(자본주의, 재산권 보호, 민간 기업, 공평하고 투명한 법치주의 등) 보호를 위해 정부의 개입 및 참여를 제한한다.


셋째, 개인이 자신에 대한 경제 및 사회적 책임을 진다. 특별한 경우(장애, 재난, 질병 등)를 제외한 일반인의 정부 복지프로그램 의존을 제한한다. 정부가 과한 복지시스템을 마련해 추가 세금을 증여하지 않도록 견제한다. 


넷째, 사회 안정을 위해 범죄를 억제하며, 강력한 법 집행과 엄격한 사법 정책을 옹호한다.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국경을 보안하고, 군대를 유지하며, 국가의 자치를 약화하는 반국가적 조직, 인물, 또는 세력에 강력히 대응한다.


자, 그렇다면 보수주의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거나 미련한 사람들의 똥꼬집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나이나 세대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철학적 시각의 차이다. 


나도 젊었을 때 혈기가 왕성했던 청년이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온지 곧 40년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절실히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울타리를 무너뜨리거나 옮기기 전, 누가 왜 그 울타리를 세워놓았는지 먼저 알아보라”는 지침이다. 세상에는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가 존재한다. 즉, 어떤 결정체(규칙, 법, 형식 등)의 배경에는 원인과 이유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제도와 정책을 바꾸거나 제거하기 전에 왜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지, 어떻게 해 그 “울타리”가 세워졌는지를 꼭 고려해 봐야 한다. 그래야 맥락과 흐름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고,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아닐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런 과정 없이 행동하는 것은 경솔이다.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저 이론이나 사상만 철석같이 믿고 따르기보다 먼저, 왜 기존의 시스템, 규칙, 정책, 법 등이 존재하는지 고려한 뒤 변화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성숙을 추구하자. 누가 왜 울타리를 세워 놓았는지 헤아려보는 여유와 배려가 꼭 필요함을 절대 잊지말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