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겹치는 약물인지 모르고 그만...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지난 주 필자의 환자가 본의 아니게 같은 종류의 약물을 두 군데서 처방받아 복용했다가 상호작용 때문에 고생하셨다. 항우울제를 필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처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경과에서 다음날 비슷한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강한 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사고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 기회를 삼아 모든 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알려야 한다 생각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권면을 다음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내가 복용하는 약은 본인이 알아둔다- 워낙 처방약 이름이 특이하고 발음하기 어려워 시니어가 외우기는 힘들다. 만약 철자와 발음이 틀리더라도 적어도 어디에 쓰는 약인지, 용량은 어떻게 복용하고 있는지 정도는 환자가 아는 것이 좋다. 연세가 많으셔도 꼼꼼히 정리하는 시니어들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간병인이나 도우미가 있다면 정리해서 적어 놓도록 하거나 사진을 찍어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둘째, 약 리스트는 수시로 의사와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라- ‘의사가 다 알겠지’, ‘약국에 가면 기록이 있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지만, 의사의 약 리스트와 약사가 가진 리스트가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환자도 게다가 중간에 상의없이 중단했다면 복용약 리스트가 다를 것이다. 의사에게는 ‘처방’이라는 버튼만 있지 ‘중단’이라는 버튼이 없다. 그러니 약국에는 처방약 리스트가 쌓이고 쌓여 헷갈리게 된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내가 복용하는 약들을 의사와 한 번 정리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약이 리스트가 길어질 수록, 전문의가 많이 협진할 수록,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전문의는 처방하지 않고 주치의가 전문의의 노트를 검토하고 새로운 약물을 처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무슨 약인지 물어보라- 약을 처방 받을때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면서요?” 또는 “부작용이 많지 않나요?” 라는 부정적인 질문들보다 특별 복용방법이 없는지, 며칠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나는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들과 상호작용을 검토하였는지 물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한 번 설명들었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시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년 30~40%의 시니어 입원 원인이 약물복용 오류 때문이다. 항응고제, 당뇨약/인슐린, 신경안정제/수면제, 마약성 진통제를 잘못 복용하여 응급실에 간다. 이는 의사가 아무리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처방하더라도, 복용하는 사람은 환자이기 때문에 충분한 이해도가 적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문의 (213) 381-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