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약속은 소망과 확신을 갖게 한다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영어에 “Promises are meant to be broken”(약속은 깨지기 마련이다)란 말이 있는데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하도 잦아 “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이란 실망의 탄식이다.
약속은 한자로 맺을 약(約) 묶을 속(束), 즉 일을 맺고 단단히 묶는다, 변함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약속과 비슷한 단어는 예약(미리 약속함), 가약(부부가 되자는 약속), 결원내지 결의(서로 돕기로 약속하다) 등이다.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반대말은 위배, 위반, 배신, 반역, 위선 등 거부감을 주고 생각만 해도 혈압이 올라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표현이다. 과거에 그런 일을 당해본 사람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보통 우리는 사적인 약속보다 공적 약속을 더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약서를 만들어 도장을 찍고 서명을 한다. 그리고 계약을 어길 경우 책임을 묻고 벌금을 요구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계약을 위반하는 사람과 업체가 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은 당선 전(前)과 후(後)가 다르다. 하청업체는 중도금을 받은 뒤 일의 질(質)과 속도가 떨어진다.
아무튼 처음부터 지키지 못 할 약속은 차라리 안하는게 옳다. 엄격히 따지자면 “지키지 못 할 약속”이란 처음부터 허구와 거짓말에 더 가깝다. 물론, 가끔 실수나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겨야 할 때도 있지만 고의로 허위 약속을 하고 교묘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끝내 언성을 높이며 다투거나 심한 경우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공방을 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읽었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는 부분 중 하나가 유비, 관우, 장비 이 세 장수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뜻이 맞는 영웅들이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생계활(死生契闊), 죽고 살기를 같이 하기로 한 도원결의. 그들이 끝까지 약속을 지켰고 서로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 얼마나 멋졌는지 “나도 그렇게 살고 싶고 나도 그런 벗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 약속을 어기면 책임져야 한다는 양심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살려는 사람을 바보, 못난이, 얼간이로 취급한다. 왜 혼자 잘난 척, 별난 척 하냐며 비웃고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위대하고 훌륭하고 경건(goldy)한 인물이다. 그 이유는 상대방에게 소망과 확신과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상대를 소중히 여기기에 데이트 할 때도 약속한 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린다. 늦으면 늦는다고 알리고, 최선을 다해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참고로 데이트 할 때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면 안된다. 그런 사람에게 미래와 인생을 맡겨선 안된다.
사업의 경우 납품일을 지키고, 품질을 개런티 해 주고, 대금을 제 때 지급하기로 하는 약속이 성공의 기본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업체는 신뢰할 수 있기에 더 자주 거래하고 더 큰 일을 맡긴다. 부동산 매매는 어떤가? 집을 사고 팔 때 바이어와 셀러는 서로 각자의 책임을 잘 지키기로 약속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점검하기 위해 제 삼자인 에스크로회사가 개입하고 공증도 한다. 결국 양측이 약속을 제 때, 제대로 지켜야만 매매가 성사된다.
학교에서도 교사와 학생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약속한다. 교사는 잘 가르치기로, 학생은 좋은 성과를 얻기위해 최선을 다 하기로 약조한다. 꼭 그런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약속과 책임과 신뢰가 배움과 가르침의 기반이다.
성경은 어떤가?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과 맺은 언약을 담은 책이다. 모세를 통해 전달된 창조주의 언약이 구약이고, 예수를 통해 새워진 새언약이 신약이다. 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죄로 말미암아 멸망해야 할 인간을 신이 직접 나서서 구원하겠다는 언약(covenant), 즉 개런티다. 이 약속이 인류의 역사와 방향을 바꿨고 많은 사람을 변화시켜 소망과 믿음과 목적을 갖고 살게했다. 노예선 선장이었던 뉴튼이 회심해 성공회 신부가 되었고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란 찬송가를 작곡했다. 또, 좀도둑이었고 방탕한 삶을 살던 한 젊은이가 성 어거스틴이란 신학자가 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사람이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은가? 이와 같이 약속은 소망과 확신은 물론 목적도 갖게 해 준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본질상 양심과 정직의 문제다. 그러니, 지키지 못할 약속, 즉 거짓말을 하지말자. 책임지지 못할 말은 입 밖에 내지 말자. 타인의 신뢰와 믿음을 쉽게 저버리지 말자.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는 호평을 받자. 만약 약속을 깰 수밖에 없다면 100% 책임지고, 벌금을 물고, 양심껏 환불하자. 법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약속을 잘 지켜 다음 세대에게 좋은 본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