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슬로우 패렌팅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세상이 매우 급속히 움직이며 무쌍하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쉬어가며 한가한 시간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정작 얻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도 잊고 너무 바삐 뛰다 보면 건강에 문제가 생겨 삶이 무너질 수도 있고 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 보면 과외활동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고 벅차 학교공부를 제대로 못 하는 학생을 종종 본다. 그리고, 그런 학생의 배경에는 분주함이 최선인 줄 알고 있는 부모가 있다. 왜 아이에게 그렇게 많은 활동과 레슨을 시키냐고 물어보면 그저 그렇게 하는 게 좋은 부모라 알고 있기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또 다른 집도 다 그렇게 하기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디지털 시대이기에,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과 변화에 대응해야 하기에 아이를 숨 돌릴 틈도 없이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이것저것 다 하게 하는 것이 상책일까? 아니다. 그렇게 대응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 아니다. 필자는 의도적인 '느린 양육(slow parenting)'을 권한다.
슬로우 패렌팅은 현대사회 육아교육의 함정에 대한 명쾌한 반응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라면 다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상충하는 접근방식이며,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그들의 관심사와 그들 주변의 세계를 탐험할 충분한 자유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아이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다양한 활동들 사이에서 회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가족이나 친구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느린 양육, 슬로우 패렌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재, 먼저 부모가 천천히, 여유를 갖고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도 속도를 늦추고, 주변의 세상을 보고 더 풍부한 내적인 삶을 발달시키며, 인내심과 존재감도 기를 수 있다. 창의력을 동원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흥미를 탐구하며, 단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게 해 주려면 부모가 먼저 본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주변에 친구들이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고, 또 대학들이 매력적으로 여길 이력서를 만들기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도 절대 굴복하면 안 된다. 무리한 스케줄에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부모가 취하면 아이들도 스케줄에 대한 경계선을 만드는 것을 배우게 된다.
둘째, 일정을 초과하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고, 스케줄을 재편성하는 것이다. 아이의 활동을 줄여야만 더 많은 양질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부모와 가족이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가차 없이 불필요한 활동을 제거하라. 너무 많은 활동은 양질의 시간을 뺏는 도둑이다. 놀이시간과 가족시간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휴식시간은 아이들이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에 과감한 스케줄 재편성이 필요하다.
셋째, 아무 목적 없이 노는 플레이 타임을 마련하라. 특히 유치원부터 4~5학년 아이는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못 견뎌 하는 아이가 많은데 (예를 들어 “이제 뭘하죠?” 라고 계속 질문하는 아이), 이유는 쉬는 경험을 해 보지 못했고, 소위 ‘쉬는 시간’을 컴퓨터 게임이나 SNS를 하는 시간으로 잘 못 이해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다운타임(down-time), 즉 TV나 핸드폰을 끄고 그냥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체험케 해 쉬는 습관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지루함을 품게 하라. 피시방에서 게임에 몰두하다 죽었다는 말은 들어도 지루함 때문에 죽는 경우는 없다. 물론, 재미없다고 투덜거릴 수 있다. 하지만, 창의력을 키우려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뭔가 부수기도 하고, 나무에 타 오르다 떨어져 가벼운 타박상을 입던지, 장난감이나 전자기기를 분해하기도 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바로 아이의 창의력 발달에 큰 도움이 됨을 연구가 뒷바침해 준다. 실행능력, 위험관리 기술, 자신감, 그리고 독립성은 지루하게만 여겨지던 시간을 창의력을 발휘하는 생각하고 노는 시간으로 바꿀 때 발전한다.
끝으로 미디어 소비를 절제 내지 제거해야 한다. 인터넷과 핸드폰 사용은 충동조절, 주의집중, 실행기능, 전반적인 인지기능 등의 결손을 증가시킨다. 어린 아이들의 뇌를 변화시키는 데 스크린의 영향은 매우, 매우 크다. 그렇기에 부모는 더 많은 스크린 시간을 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특히 아이가 어릴 경우)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미디어 금욕은 어른도 잘 못한다. 만약 스크린 타임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십대의 경우)아이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조건과 기준을 마련해 주라.
부모는 자녀를 지속해서 즐겁게 해줘야 할 필요가 없다. 아이는 왕자도 공주도 아니다. 그렇게 키워봤자 훌륭한 인물은커녕 버르장머리 없는 이기주의자가 될 것이다. 그런 가관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슬로우 패렌팅, 느린 양육을 선택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