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나의 편견 허물기
남봉규
미래관광 대표
여행이란 각자 살아온 생활에서 탈출해 낯선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각자 살았던 곳은 그 생활 모습이 좋은 것이든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이든 상관없이 내가 적응이 돼 있어서 불편함을 모른다. 그러나 여행지에 오면 음식은 물론 문화와 관습 등의 생소함으로 인해 불편함이 느껴진다. 사실은 그런 불편함이 새로운 경험이다. 이것은 여행의 또다른 유익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속담에 '집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이태리 속담에는 ‘집을 나서 보지 않은 사람은 편견의 덩어리다’라는 말이 있고, '귀한 자녀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라는 말도 있다. 귀한 자녀를 고생시켜서라도 많은 경험을 갖게 하라는 말일 것이다.
내 인생의 첫 비행은 40여년 전, 20대 초반쯤 이었을 때 김포발 미국 워싱턴행 비행기에서 였다. 처음 비행기로 여행을 하는 것이라서 조금 긴장도 되고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약간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기내에서 식사시간이 되었다. 첫 경험의 촌스런 내 심정이 들킬까 옆사람의 행동을 살짝살짝 봐가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뒷편 좌석에서 갑자기 팽! 하고 코 푸는 소리가 났다. '참 몰상식하다'고 생각하면서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보았다. 노랑머리 아가씨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앉아 있었다. 다시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다른 쪽에서 페엥! 하는 소리가 났다. 더 큰 소리였다. 이번에는 코 큰 신사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코를 푼 것이다. '허참! 이들은 왜 이리 교양머리 없이 이럴까?' 생각하며 첫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 몇 년이 지나서 이태리로 유학을 갔다. 이태리 중부의 빼루지아라는 도시의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때였다. 콧물감기가 심해서 주기적으로 흘러 내리는 콧물을 주체할 길이 없어 소리내지 못하고 훌쩍거리며 되도록이면 남들에게 실례가 안되게 하려고 콧물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아뿔싸! 그런데 이 미세한(나한테는) 훌쩍이는 소리에 왜들 이렇게 민감한지 20여 명의 클래스에 모든 급우와 강의 중이던 교수님까지 놀라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수업을 마친 후 유학생 친구에게 왜들 그렇게 나를 쳐다 보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 깔깔대고 한참을 웃더니 '너 그 더러운 코를 들이마시고도 너하고 키스하는 애가 있을까?하고 묻는 거였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나중에 보니 아프리카인이나 유럽인, 중동인 모두가 콧물은 힘차게 소리를 내서라도 풀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만 그 소리가 실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가리아에서의 일이다. 버스로 단체를 인솔할 때였다. 호텔에 도착할 시간쯤 되었을 때 버스기사에게 '저 앞에 보이는 호텔이 우리가 묶을 호텔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앞으로 끄덕이면서 ‘네네’ 라고 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손님들에게 호텔에 다 왔으니 곧 내려야 한다고 광고를 했다. 그런데, 버스는 그 호텔 앞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닌가. 다시 버스기사에게 저 호텔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역시 ‘네네’ 라고 대답했다. 불가리에서는 'N'o가 'Ne' 였던 것이다. 고개도 앞으로 끄덕이면 부정의 답이란다. 이 혼란스런 것들은 나만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리라.
여행을 할 때는 익숙한 것, 입맛에 맞는 먹어본 음식, 잘 아는 곳만을 찾아 다니지 말고 생소한 것을 찾아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진정한 재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