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투성이 한미박물관… 이사회 존재여부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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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투성이 한미박물관… 이사회 존재여부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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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한 제2차 주민공청회에서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한 시민후원회' 의 크리스토퍼 이 감독(건축가)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2차 주민공청회 썰렁한 분위기 속 진행 

이사진, 정치인, 공직자 모두 불참

사무국장 돌연 사임, 건립부지도 불확실

LA 한인 커뮤니티의 숙원인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이 방향을 잃고 헤매는 가운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한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한 시민후원회'(이하 후원회)는 지난 6일 LA한국교육원에서 2차 주민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행사장은 공청회 참석을 요청받은 한미박물관 이사진, 로컬 정치인, 공직자 등이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날 공청회의 핵심은 한미박물관 이사회(이사장 장재민)의 불투명한 재정과 공개되지 않은 이사회 활동내역, 이사회 및 박물관 건립부지 존재여부 등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위원회가 철저한 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캐런 배스 LA 시장, 타운을 관할하는 헤더 허트 10지구 LA시의원, 한미박물관 이사 등은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참석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오랫동안 한미박물관 건립사업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공청회 참석자수는 70명 미만이었고, 한인 1.5세 및 2세들의 참석률도 1차 공청회보다 저조했다. 

공청회는 1차 때와는 다른 의제로 토론하는 자리였다. 1차 공청회가 한미박물관의 과거, 현재, 미래애 대해 토론하며 박물관의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2차는 '1세, 1.5세, 2세가 힘을 합쳐 박물관 건립을 진행시키자'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행사였다. 

공청회에서 크리스토퍼 이 감독은 한미박물관 이사회의 현실과 재정지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사회 구성원조차 베일에 쌓여 있는데 공개는 고사하고 지금까지 건축 디자인 변경에만 250만달러가 지출됐다"며 "1차 공청회가 열리기 직전 이사회는 뜬금 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을 바꾸었다고 해도 최소 3년을 공사기간으로 잡아야 하는데 예산도 없고 플랜도 없으며 심지어 건립예정 부지 사용권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일부 이사가 2021년 이후 사임하거나 사망하는 등 여러 변수가 생긴데다 2022년 이후 세무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체적인 플랜은 고사하고 내부에 무엇을 전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원회가 우려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미박물관 이사회의 재정자료(2013~2022)를 근거로 프로젝트가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2017년 이후 이사회 수입의 약 60%가 윤신애 관장 겸 사무국장의 인건비로 지출됐고, 윤 사무국장은 지난 4 1일 돌연 사임했다. 

둘째, 박물관과 저소득층 아파트를 함께 짓겠다는 복합 개발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는 이미 2015년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폐기된 안이다. 또 박물관은 10년간 4번이나 박물관 설계를 변경했는데 이 또한 말이 안되는 처사이다.

셋째, 이사회의 존재 여부다. 이사진 중 존재가 확인되는 것은 안병찬 재정이사(CPA)와 준 허 이사(변호사) 정도이다

후원회는 타운 6가에 있다고 알려진 박물관 사무실에 우편물을 보내봤지만 계속 반송되었고, 사무실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땅이 없기 때문에 박물관을 못 짓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들이 겹치다보니 LA시 정부에서 350만달러, 가주정부에서 400만달러, 연방정부에서 700만 달러라는 지원금 약속도 서류 미비로 무산됐다고 한다. 이사회가 하는 일이 전무하고 심지어 웹사이트조차 폐쇄 된지 오래돼 갑작스런 건물 디자인 변경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우리가 법적 조치를 취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박물관은 상징적인 것인데 봉사보다는 사심이 앞섰고, 부지가 결정된지 10년이 지났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다는 것은 박물관을 소수집단이나 개인의 전유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사업이 장기화되는 동안 기부자들조차 한 분, 한 분 기다리기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 과연 이게 정상인가?”라고 물었다.  

2차 공청회를 취재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의 이사회도 문제지만 박물관 건립이 커뮤니티와 분리되고 있는 현실과 사업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커뮤니티는 다운타운 리틀도쿄 중심부에 멋진 박물관이 있고, 글렌데일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도 박물관 착공식을 보란듯이 가졌는데 이민 121주년을 맞은 한인 커뮤니티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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