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일가족 사망 사건 미궁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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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일가족 사망 사건 미궁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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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런 정씨 부부의 생전 모습. /인스타그램


  

OC 한인 엘런 정씨와 남편·아이

요세미티 인근서 숨진 채 발견

일주일 경과하도록 사인도 몰라

탈수, 뱀, 일산화탄소, 독풀…

미스터리 남긴채 내일 정밀 부검



오렌지카운티 출신 한인 여성 엘런 정(31)씨와 영국인 남편 존 게리쉬(45), 그리고 한 살배기 딸 미주 등 일가족 3명이 요세미티 인근 시에라 국유림의 외딴 등산로에서 사망한 사건을 수사중인 당국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망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해 자칫 사건이 미궁 속에 빠질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본지 8월19일 A-1면 보도>


CNN, 워싱턴포스트, 데일리메일 등 주요 매체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며 “1차 검시 결과 사망에 관련된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1차 소견이다. 추가적으로 독극물에 관한 정밀 검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는 4~6주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마리포사 카운티 셰리프국은 “현재까지 살인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건은 지난 16일 실종 신고로부터 시작됐다. 유모가 집에 도착했을 때 이들 부부와 1살 아기, 반려견까지 모두 사라졌고, 타고 다니던 트럭까지 보이지 않았다. 밤 11시까지 연락이 닿지 않자 유모는 경찰에 도움을 청했고, 구조대는 이튿날 오전 9시 30분께 이들의 사체를 발견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2마일 가량 떨어진 머시드강의 사우스포크에 있는 악마의 협곡(Devil’s Gulch)으로 불리는 지역이었다.


당국에 따르면 남편 게리쉬가 아기와 반려견 옆에 앉은 채로 발견됐고, 아내 정씨는 언덕 위로 조금떨어진 곳에 있었다. 사체에서는 총상이나 외상 등 사인으로 추정할만한 흔적이 없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미디어에서는 ▶탈수 ▶뱀이나 독충 공격 ▶일산화탄소 중독 ▶독성 조류(물풀) 등 몇가지 가설을 세워 접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개연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일 기온이 109도까지 올라간 상태였지만 이들의 백팩 속에는 물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위로 인한 탈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시에서는 뱀이나 독충에 대한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인근 광산에서 유출된 독성 가스에 의한 사고라는 추론도 신빙성이 낮다. 2013년 콜로라도 금광에서 광부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있었으나, 유타대 마이크 넬슨 교수는 “사고 지역의 탄광 위치도 불확실하고, 있다하더라도 사체 발견 지점이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탁 트인 야외였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낮다”는 견해다.


다른 가능성은 인근 머시드 강에서 발견되는 독성 조류로 인한 중독이다. 해당 (시에라) 국유림에는 지난 7월 여기에 대한 경고를 등산객들에게 게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USC 생물학과 데이비드 캐론 교수는 “담수 박테리아가 인간이나 동물에게 위협이 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치명적이라면 상당한 농도가 필요하다”고 샌프란스코 크로니클에 답변했다. 특히 배낭 속에 식수가 남은 상태에서 아기와 반려견까지 포함해 일가족 모두가 동시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제레미 브리스 셰리프는 “(일산화탄소나 독성 조류 때문이라면) 근처에서 다른 야생 동물의 사체도 발견됐을텐데, 그런 보고는 없었다”며 “여기서 근무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사망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추가 부검과 독성 검사는 26일 이뤄지게 된다.


남편 게리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구글과 스냅챗에서 일했고, 부인 정씨는 OC에서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정모씨 딸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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