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노벨 수상작 비판적 읽기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놀랍고, 대단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리 민족과 한글의 쾌거다. 이는 한 개인의 영광과 성공을 넘어 한국 문학계와 문화계의 그리고 민족의 영광이다. 여러 좋은 일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서점가는 책이 부족하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인쇄소에서는 새 책 인쇄로 바쁘다고 한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계와 문화계에 다양한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 우선 문학과 출판계에 새 바람이 일어나고 젊은이들의 손에 책이 들려지기를 바란다. 요즘 한국 지하철 승객의 99%가 동영상을 청취한다.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는 승객 대부분이 책이나 신문을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노벨상 효과로 침체 된 한국 출판계가 잠시라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판단된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할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들이나 책을 출판하는 출판업 관계자들에게 호재가 될 것이다. 덩달아 서점가와 책 분야 유통업도 당분간 특수를 누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서점 및 서적 유통업은 이미 사양(斜陽)산업이 되었다. 20세기 유명대형 서점들은 문을 닫았거나 대폭 축소된 형태로 남았다. 80, 90년대에는 서점이 젊은이들의 약속장소였다. 책을 들고 다니는 대학생의 모습이 흔했지만 지금은 이런 현상은 지극히 보기 드물다. 여하간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을 통해 한국의 독서와 출판문화의 중흥이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하는 가운데 한강 작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만났다.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작가 한강의 작품들에 대한 강한 비판이 있다. 한강 작품을 정독한 독자들로부터 불편하고 난해한 소설이라는 불평이 있었다. 보수 논객들이나 목회자로부터 한강의 역사관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는 강한 지적이 있었다. 다수의 목회자와 신학자는 한강 작품들이 패륜적이요 외설적이라고 비판했다. 청소년 유해도서로 선정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비판을 확인할 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어보았다. 얼른 읽어도 자녀들이나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내용이다. 경사(傾斜)된 역사관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족에게 권할 수 없도록 외설적이었다. 포르노 수준이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적나라한 성관계, 자위행위 그리고 처제와 형부의 불륜 묘사 등은 순수 문학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 청소년 유해도서가 확실하다.
시민단체들이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도서라고 지적했다는 것과 경기도 지역 학교들도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자료는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운영위원회로 참여했던 학부형들이 이 책을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에게 이 책을 읽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추후,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교과서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참 좋은 일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이 흥겨운 분위기에 휩쓸려 이 작품들이 가진 유해성이나 해악의 요소를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겠다. <채식주의자>를 읽는 동안 역겨웠다. 책을 읽은 뒷맛이 씁쓸했다. 노벨상을 받은 작품에 아쉬움을 말하며 주의하자고 말하는 뒷맛은 더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