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 칼럼]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까?
지난 수개월 동안 모기지금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금리가 크게 올랐다.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후반 1.3% 아래에서 지난 주말 1.9%를 넘어섰고, 3% 아래에 있던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도 지난주 3.6%를 넘어섰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에 대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3월부터 시작해 올해 적어도 3~4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이 이를 미리 반영해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중금리의 상승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렇게 모기지금리가 오르면서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까’이다. 어떤 사람들은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아예 주택 구입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기지금리가 오른다고 바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과거 수십년간 데이터를 봐도 집값과 모기지금리의 변화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왜 금리상승이 직접적으로 집값 하락을 불러오지 않을까?
금리란 돈을 빌리는 비용으로 고금리는 돈을 빌리는 비용이 비싸다는 말이다. 그런데 싸다, 비싸다란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금리를 얘기할 때 항상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 물가상승율, 즉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명목금리가 높아도 실제로 높은 금리가 아니다.
이렇게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것을 실질금리라고 한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미국의 금리는 10%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그 당시 인플레이션도 비슷한 숫자를 보였다. 따라서 실질금리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결국 그 당시 돈을 빌리는 실질비용은 지금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요즘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모두 낮기 때문이다.
연준은 보통의 경우 경기가 활황이어서 인플레 조짐이 있을 경우 이를 조절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일반적으로 인플레가 높은 시기에 금리도 비슷하게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그 시차에 따라 실질금리가 높은 시기가 있고, 낮은 시기가 있을 수 있다.
모기지금리와 집값의 변화는 절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할지라도 금리상승 자체가 수요자의 심리에 영향을 줘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 한다.
하지만 그 영향의 폭과 깊이에 대해 계량적으로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른 모든 물건의 가격과 마찬가지로 집값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금리는 수요공급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금리상승 자체가 집값 하락을 주도적으로 유도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수요는 구매자, 즉 소비자 측면이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게 나오거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늘거나,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줄면 주택수요 측면이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공급의 측면은 새집 건설과 팔려고 내놓은 기존물건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물가상승, 임금인상, 공급망 지연 문제등의 요인으로 새집 공급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모기지 시장에 고정금리의 존재가 금리인상 시기에 주택공급을 제한한다는 사실이다. 전체 주택소유주의 절반이 고정금리 모기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이들은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집을 갈아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고정금리 모기지가 금리 상승시기에는 기존 주택의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집값을 오히려 오르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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