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핀 100배… 무지개 짝퉁약에 10대들 희생
LA인근서 여고생 잇따라 참변
교내서 버젓이, 유통책도 학생
팬데믹 기간 청소년 피해 급증
아이들 노리려 밝고, 화려하게
“펜타닐은 병원 처방전이 있어도 복용하는 사람의 병명과 병원 진단 코드, 건강 상태, 약물 복용 히스토리 등을 엄격하게 검사한 후 제공한다. 주로 말기 암환자들에게 처방되는 강력한 진통제로 약물 복용 히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약한 진통제로 교체해 판매하고 있는 만큼 잘못하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LA한인타운 S. 하버드 불러바드에 위치한 우리약국(Woori Pharmacy)의 앤젤 이 대표가 펜타닐의 오·남용에 대해 나타내는 강한 우려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효능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로 알려졌다.
최근 할리우드 지역을 포함해 라 푸엔테 지역 고등학교에서 10대 청소년 약물 과다복용 사망사건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지역 보건 당국이 불법 유통된 마약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울러, 마약 거래 장소가 학교 내 캠퍼스이고, 용의자가 10대 남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UCLA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청소년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급증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한 첫 해인 2020년 청소년 과다복용 사망률이 10년 전 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 해 상반기에는 20% 더 늘었다.
UCLA 중독연구센터의 조셉 프리드먼 박사는 “한 알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펜타닐 짝퉁약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알약 형태라서 10대 청소년들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쉽게 접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마약단속국(DEA)은 “알록달록한 무지개 펜타닐이 18개 주에서 단속에 적발됐다”며 “마약상들이 10대나 어린아이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밝고 화려한 색상을 띈 알약, 가루, 분필 등 형태로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DEA는 멕시코의 대형 카르텔 2곳이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짝퉁 펜타닐을 미국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멕시코 중서부 도시 쿨리아칸의 한 창고에서는 펜타닐 알약이 한 번에 500㎏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CBS는 시가 2억3000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양이었다고 전했다.
연구원들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이용해 2010년 1월부터 지난 해 6월까지 발생한 14~18세 청소년 인구 10만 명당 약물 과다복용 사망률을 조사했다. 2010년에 청소년 10만 명 당 2.4명의 사망률(518명)이 집계됐고 2019년까지 매년 2.36명(492명)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4.57명(954명)으로 늘어났고, 지난 해 초에는 5.49명(1146명)으로 20% 더 증가했다.
인종별 사망률을 살펴보면, 지난 해 라틴계가 인구 10만 명 당 6.98명(354명)의 사망률을 보였으며, 백인 5.36명(604명), 흑인 3.1명(96명), 아메리칸 인디언/알래스카 원주민 11.7명(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할리우드 지역의 번스타인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멜라니 라모스(15) 여학생이 짝퉁 펜타닐을 퍼코셋 알약이라고 알고 복용했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 불과 이틀 전인 11일에도 노갈레스 고교 1학년 여학생 루나 히노조사(14)도 펜타닐이 함유된 약물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UCSF의 단 치카론 교수는 “죽음을 통해 팬타닐 불법 유통 문제가 주목받는 것이 유감”이라며, “다양한 색상으로 둔갑한 짝퉁약은 모르핀보다 수십배나 강력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인 펜타닐을 함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미정 기자